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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벽을 넘는 능력을 갖췄으면 좋겠어요

amin의 이야기

2021-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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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몇 가지 있어요. 20대 초반에 호텔조리학과를 전공하고 제빵을 2~3년 정도 했어요. 너무나도 좋아했던 일이었기 때문에 새벽 6시에 출근하고 밤늦게 돌아와도 전혀 힘들지 않았어요. 가장 눈이 빛나던 열정적이던 시기였죠. 그런데 십자인대가 파열되는 바람에 요리사처럼 오래 서 있는 직업을 갖긴 어려워졌어요.

요리 다음으로 좋아하는 건 뭘까 고민해봤어요. 영어를 가르쳐보고 싶었죠. 아무리 토익 성적이 좋다고 해도 학력 때문에 영어 선생님이 되긴 어려웠어요. 그래서 늦은 나이에 편입을 준비했고 운이 좋게도 서울에 이름이 알려진 대학의 영문학과에 편입했어요. 부모님도 굉장히 만족하던 결과였어요. 제가 계속 공부하길 바라셨거든요. 그렇지만 정작 편입생은 임용고시를 볼 자격을 갖출 수 없더라고요. 편입생은 3학년 과정부터 참여하는데, 1~2학년 때 교육 관련 수업을 미리 들어야 하거든요. 그렇다고 교육대학원에 진학해서 조건을 갖추기엔 늦은 시기라고 생각했어요.

취직하기 위해 무얼 할까 찾아보다가 방학 동안 국비 지원으로 R을 공부하게 됐어요. 규칙을 지켜서 뭔가를 만드는 건 성격과 잘 맞았어요. 시기적절하게 4차 산업혁명 붐이 불어서, 컴퓨터공학과 인문학이 합쳐진 융합학과가 저희 대학에서 최초로 만들어졌어요. 교수님의 추천으로 '인공지능언어공학과'로 대학원을 진학했죠. 졸업 후엔 자연어 처리 전공을 살려 스타트업에서 일을 했어요.

두 군데에서 일했는데, 모두 쓸개같이 쓴 경험이었어요. 혼자서 모든 걸 해야 했고 체계가 없었어요. ‘말뭉치를 전처리해서 올려놓을 건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물어도 대표님께선 지식이 없어서 의견을 못 주셨고 제가 모든 걸 책임져야 했어요. 또 다른 회사에선 한 명의 봉급을 두 명이 나눠 받기도 했죠. 두 명을 고용하고선 국가에서 1명분으로 주는 지원금을 반씩 줬어요. '스타트업이란 이런 곳인가' 싶었죠. 번듯한 회사에 가야겠다고 생각하게 됐어요. 그때의 경험이 지금까지도 영향을 크게 미쳐요. 원하는 회사에 가기 위해선 42에서 그리는 완성형 인간이 돼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를 위해 어떻게 공부해야 할까 많이 고민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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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의 다양한 서브젝트는 경험의 폭을 크게 넓혀줘요. 특히 영감을 주는 과제가 있어서, 앞으로 나아갈 길이 뚜렷해진다는 느낌이 들어요. 쿠버네티스를 활용해서 서비스를 관리하는 ft_services가 그랬어요. 엄청난 생산성이 매력적인 부분이예요. 요즘 공부하고 있는 C#과 유니티를 활용한 게임 구현을 예로 들면, 유저 정보를 가져오는 부분이나 인터페이스 관련된 것 등을 각각 파드에 넣어두고 재활용한다면 게임을 얼마든지 만들 수 있는 거죠.

클러스터도 쿠버네티스로 관리되는 걸로 알고 있어요. 스태프인 탱이 쿠버네티스로 아이맥을 전부 껐다 키고 화면을 바꾸는 걸 보여줬는데 '아, 내가 가려는 이 길! 간지가 절대 틀리지 않았다!' 생각했죠(하하). 데브옵스 쪽으로 나가보고 싶고, 42서울의 시설관리팀에도 지원해보고 싶어요.

이곳에서 공부하는 게 귀중한 시간이라고 생각해요. 사람들과 어떻게 상호작용해야 하는지, 어떤 생각으로 공부해야 하는지 등, 이런 전반적인 고민과 행동이 다 공부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런 점에선 42서울이 좋은 환경이에요. 이타적으로 정보를 공유하는 태도를 갖추게 되죠. 동료에게 떠먹여 주듯 알려줘서는 안 되겠지만, 공부할 수 있도록 한 발 내딛게 도와주는 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비대면 상황에서 집에서 공부하더라도 누군가에게 DM으로 갑작스럽게 물어볼 수도 있어야 하고, 역으로 질문을 받았을 때도 ‘내가 이 정도라니’ 자부심을 가지며 기뻐하는 마음으로 알려주면 좋겠어요. 42데이에서 과제 알려주는 동영상을 찍었던 것도 좋은 계기였다고 생각해요. 사람들이 서로 자연스럽게 물어볼 수 있도록 진입장벽을 낮춰줬죠. 이런저런 계기로 사람들이 거리낌 없이 소통할 수 있다면, 지식이 고인 곳 없이 흐르지 않을까 싶어요.

공부에 있어서 모토 중 하나가 '스스로 거짓말하지 말자'예요. 치팅은 거짓말이잖아요. 사람마다 치팅의 기준이 다르겠지만, 본인 실력 향상에 도움이 되지 않으면 치팅이라고 생각해요. 다른 사람의 코드를 보더라도 이 사람은 왜 코드를 이렇게 짰는지, 아이디어는 어디서 나왔는지 고찰해보고 스스로 코드를 짤 수 있어야 해요. 과제에 대해 질문했을 때 '그냥 구글링해서 나온 대로 썼는데요?'라고 말하는 사람과 코드를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이랑 지식의 깊이가 다르겠죠.

눈앞의 자소서를 써야 해서 과제를 깃 클론해서 대충 넘기는 건 벽을 넘지 않고 우회하는 행동 같아요. 문제 앞에서 이런 식으로 행동해 버릇하면, 나중에 회피할 수 없는 정말 큰 벽을 만났을 때는 주저앉아야 하겠죠. 넘는 방법을 모르니까요. 그땐 지나온 시간과 자신을 탓하고 원망할 수밖에 없을 거예요. 그 전에 회피하지 않고 스스로 벽을 넘을 수 있는 능력을 갖추었으면 좋겠어요.

이런 분위기 대신 바람직한 평가 문화가 정착했으면 좋겠어요. 특히 초창기 카뎃들이 잘하면 좋은 선례, 전통을 만들 수 있을 거예요. 새로 들어온 분들이 '42에서는 이런 문화가 있구나' 느낄 수 있도록요. 지금 이 교육과정은 누군가에겐 선망의 대상, 배움의 기회에요. 이런 분들의 기회를 42의 교육과정의 취지를 무시하는 사람들이 강탈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구성원들이 지식이 순환하도록 기여하려는 태도를 갖춰야, 다른 곳들과 차별화되는 좋은 교육기관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interviewer

yechoi

photographer

jw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