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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서울에서의 삶은 '어른스럽다'에 가까운 것 같아요

soooh, inyang의 이야기

2021-04-06

Photo of soooh,inyang

inyang(이하 in, 오른쪽)

대학교에서 불어불문학과 문화콘텐츠학을 전공했어요. 예술문화 계통을 좋아해요. 취업 센터에서 상담했을 때, 뮤지컬 분야에서 일을 하고 싶다고 했더니 돈 못 벌 각오를 하라더라고요. 그때 취미와 일을 구분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이런 생각을 하던 와중에 한 대외활동을 하면서 인간관계에 싫증 났는데, ‘그럼 컴퓨터랑 대화하는 건 어떨까’하는 단순한 생각에 개발을 시작했어요.

soooh(이하 soo, 왼쪽)

42서울에 오기 이전 인테리어 디자이너로 잠깐 일한 적이 있어요. 들어온 의뢰를 바탕으로 건축 도면을 만들어서 시공하는 것만이 제가 할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현실은 다르더라고요. 도면을 그리기 이전에 영업하는 것부터가 일이었어요. 영업은 적성에 안 맞았어요. 선배들은 한 두 달 지나 고객이 생기면 괜찮아질 거라고 했지만 한 달을 못 참고 나왔어요. 이런저런 고민과 시도를 하다가 중학생 때 HTML을 재미있게 만졌던 게 생각이 나 코딩의 길로 들어섰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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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o

이전에 했던 일에 비유하자면 42서울에서의 시간은 기반을 다지고 기둥을 세우는 과정이에요. 단단하게 기초를 닦는 거죠. 여기에 추가로 다른 언어를 익히고 해커톤과 같은 경험을 쌓으며, 벽을 만들어서 예쁜 집을 지어야죠.

in

42서울의 교육과정은 자유롭게 풀어주면서 긴장감을 줘요. ‘오든 말든 알아서 하고, 책임도 네가 져' 이런 식이죠. ‘어른의 삶은 이런 거구나’ 싶어요. 차라리 학교에 다니는 게 편했겠다고 생각할 때도 있어요(하하). 학교는 일단 등교하면 가서 자더라도 ‘오늘 하루 할 일 다 했다' 이런 생각이 들었는데 말이죠. 이럴 땐 ‘내가 고등학교 체질이었구나’ 싶죠.

soo

비슷한 생각이에요. 자유를 갈망해오긴 했는데, 막상 동아리 활동은 물론 시험 스케줄까지 모든 걸 직접 관리해야 하니까 ‘갑자기 이렇게 산다고?’ 싶어요. ‘성인이다'와 ‘어른스럽다'라는 말이 다르잖아요. 성인은 누구나 다 할 수 있는데, 어른은 열심히 살고 책임을 져야할 것 같아요. 42서울에서의 삶은 ‘어른스럽다'에 가까운 것 같아요.

Photo of soooh,inyang

in

요즘은 ‘개발이 내 적성에 맞나’ 고민하는 시기예요. 코딩할 땐 줄곧 주변 사람들에게 도움만 받는 것 같아서요. 본 전공인 문화예술 분야로 돌아갈까도 싶어요. 다른 한편으론 처음이라서 어려운 거라고 생각하기도 해요. 언어도 배우기 시작할 때 단어, 문법 익힐 때가 제일 어렵잖아요. 따지고 보면 프로그래밍 언어도 언어니까 막 시작한 지금 이 시기가 어려운 거겠죠.

soo

과제를 해낼 때는 기분이 좋지만, 그 이전에 평가받는 건 무서워요. 정직하게 과제를 했지만 치팅으로 보일까 봐요. 이전에는 디펜스에 대한 부담감 때문에 이미 시작한 평가를 중단한 적도 있어요. 평가자에겐 더 공부하고 자신만만하게 평가받고 싶다고 했죠. 지금은 제가 짠 코드를 한글로 번역하는 작업을 하고 있어요. 언제든 어느 부분이든 바로 설명할 수 있게요. 완벽하게 준비하면 자신감이 넘쳐서 ‘이런 부분은 왜 안 물어보세요'라고 되묻기도 해요.

in

코딩을 하다보면 한편으론 코딩이 영어처럼 필수가 될까봐 걱정돼요. 제가 졸업한 대학도 최근에 기초 교양으로 코딩과목이 생겼더라고요. 세상은 빨리 변하는데 그 변화에 느리게 적응하는 사람을 위한 대비책은 없는 것 같아요. 저희 엄마만 하더라도 스마트폰 어플의 설정 버튼 하나를 제대로 찾기 어려워해요. 우리 세대는 설정이라 쓰여있지 않아도 톱니바퀴 모양을 보면 ‘설정 버튼'인 것을 알잖아요. 이런저런 버튼을 누르다 보면 각 버튼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도 깨닫고요. 그런데 엄마는 스마트폰 사용법 강의를 보고 있더라고요. 얼마 전엔 어플 알림 꺼드리다가 새벽에 울컥했네요.

interviewer

yechoi

photographer

jwon, yes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