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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다 치유해준 것 같아요

jiychoi, junmkang의 이야기

2022-07-19

Photo of jiychoi,junmkang

junmkang(오른쪽)

본과정을 시작하고 일 년 동안 큰일 없이 잘 지냈던 것 같아요.  집에서 개포 클러스터까지 편도로 2시간 정도가 걸리는데, 아침에 일찍 올 때는 6시쯤 일어나서 준비해요. 그러면 늦어도 9시 전에 도착하거든요. 사람 만나는 게 너무 좋아서 매일매일 왔던 것 같아요. 정말 피곤하면 빈백에서 쪽잠이라도 자면 되니까요. (웃음) 클러스터에 오래 있다 보면 자연스럽게 과제에 관해 이야기하게 되고, 다른 주제로도 대화하며 얻을 수 있는 것이 많아 그 재미로 계속 오게 돼요.

jiychoi(왼쪽)

42Seoul에서 사람들과 개발이나 다양한 주제로 대화하는 게 정말 재미있어요. 사무적이지 않고 수평적인 관계에서 들을 수 있는 의견들이 좋더라고요. 학교에서는 팀 프로젝트를 한두 번밖에 해보지 않았는데, 이곳에서는 비슷한 분야에 관심을 둔 사람들이랑 교류하며 마음껏 프로젝트를 할 수 있다는 점이 만족스러워요. 그러다 보니 공부하는 것 자체가 행복해요. 기본적으로 과제의 질이 높고 동료 평가를 진행하면서 서로 부족한 지식을 공유하며 학습할 수 있는 환경이 마음에 들어요. 교수님께 일방적으로 강의를 들으며 학습하는 것보다 훨씬 좋죠.

junmkang

스무 살 때 2기로 들어왔어요. 나이가 어려 아직은 취업이 급하지 않으니까 모든 걸 다 경험해보자는 생각으로, 본과정을 천천히 진행하며 관심이 가는 분야면 다 해봤던 것 같아요. 과제도 웬만하면 다 재미있었어요. 새로운 지식을 배우는 것과 다양한 분야를 알게 되어서 좋았죠. 그중에서도 지금은 없어진 ft_service 과제가 기억에 남아요. 다른 분들은 길어도 한 달 안에 끝내시는데, 저는 두 달 가까이 걸렸어요. 혼자서는 아무리 해도 감이 안 잡혀서 주변 분들께 물어보며 진행했는데 그 과정에서 동료분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이 특히 좋았어요. 42Seoul 공통과정 과제에 쓰이는 개념들이 서로 연결되어 있고, 무엇보다 동료학습이 있어서 접근하기 어려운 과제라도 쉽게 다가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

jiychoi

La Piscine 봉사는 힘들었지만, 정말 재미있었어요. 특히 rush 평가를 하면서 끊임없이 과제에 관한 내용이나 42Seoul 이야기를 하며, Pisciner 분들이 질문해 주시는 걸 답변하고 평가 피드백을 적어드리는 일에서 중독성을 느꼈죠. 평가 피드백을 자세하고 길게 편지처럼 남겨 드리면 너무 좋아하시더라고요. rush 평가가 끝날 때마다 Pisciner 분들이 언제 피드백을 남겨주실까 하며 계속 새로고침까지 했었죠.(웃음) 그렇게 받은 피드백을 읽어보는 게 너무 즐거웠어요. 단순히 과제 평가만이 아니라 사람 대 사람으로서 어떤 인상을 남겼는지 알 수 있거든요. 월렛 포인트 보상보다도 사람들에게 이런 피드백을 많이 받을 수 있어서 봉사 참여를 계속한 것 같아요. 게다가 운이 좋았다고 생각했던 게, 제가 평가한 대부분의 Pisciner 분들은 이것저것 질문도 많이 해주시고 절실하고 간절하게 본과정에 오고 싶다는 걸 적극적으로 표현을 해주셔서 답변해 드리는 일이 참 뿌듯했어요. Piscine 봉사 보상으로 받는 월렛이나 코알리숑 포인트도 좋지만, 무엇보다도 소통하고 싶은 분들이 참여해주시는 게 가장 바람직한 것 같아요.

Photo of jiychoi,junmkang

jiychoi

본과정에도 La Piscine과 비슷한 Piscine 과제가 있었어요. Python, Ruby, Php 등이 있었는데 저는 그중에서 Python Piscine을 진행했어요. Piscine은 선착순으로 지원받아 진행되었는데, 보통의 본과정 과제와는 다르게 무조건 하루에 하나씩 과제를 끝내서 제출해야만 했어요. 저는 초반 과제만 완성하고 시간이 부족해서 후반 과제는 손도 못 댔는데, 그 과제들을 평가받지 않은 상태로 남겨놓기에는 너무 아쉬워서 함께 진행한 동료분들의 롤링 페이퍼를 받았어요. 과제를 더는 진행하지 못해 속도 많이 상하기는 했는데, 그 속상한 마음을 사람들이 다 치유해 준 것 같아요. 감동도 많이 받았고, 새로운 인연도 많이 만났죠. 코로나로 클러스터 출입에 제한이 있던 와중 10클러스터만 24시간 개방됐었고, 이때만 특별히 전일제로 진행되어서 매일 새벽까지 함께 과제를 하며 정말 친해졌거든요. 본과정 Piscine은 기수가 달라도 모두가 같은 출발점으로부터 시작해서 난이도 있는 과제를 함께 해결하기 때문에 기수나 본과정 진도와 상관없이 친해질 수 있었어요. 처음 본과정에 들어왔을 때는 La Piscine을 함께 한 분들끼리만 다니며 다른 기수와는 만날 기회가 잘 없었으니까요. 다양한 분들과 한 곳에 뭉쳐져 공부했던 좋은 시간이라 생각해요.

junmkang

떠나요. 몇 년 뒤에도 42Seoul이 있을까요? 11월에 입대해서 2023년 8월에 전역해요. 일찍 갔으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있었지만, 지금은 Python Piscine을 진행하며 만나게 된 인연에 너무 감사해요. 좋은 사람들과 좋은 시간을 보냈고 좋은 추억을 가지고 떠날 수 있어서 만족해요. 군대에 가서도 슬랙에는 종종 나타날 예정입니다. (웃음)

Photo of jiychoi,junmkang

jiychoi (8개월 후)

42Seoul에 스며들며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어요. 점점 제 마음보다 다른 사람들에게 보이는 모습과 체면치레를 신경 쓰게 됐었죠. 팀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나 주변 사람들과 대화할 때도 제 의견을 제시하기보다는 상대방에게 먼저 사과하는 모습이 너무 한심하게 느껴졌어요. 게다가 좋지 않은 일들이 겹치며 한계에 다다라 겨우내 과제는커녕 42Seoul을 그만둘까 고민했어요. 주변 분들의 위로도 많이 받았지만 이미 정신은 한계에 부딪혀 끊임없이 자책만 하는 나날을 보냈죠. 그렇게 커뮤니티 활동을 서서히 줄여나가기 시작했어요. 이대로 다른 길을 찾을까 고민하던 중 ‘그래도 C 과제는 끝내고 가야 아쉬움이 없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cub3d를 시작하게 됐어요. cub3d는 개념적으로는 raycasting이나, 프로그래밍에서의 수식 및 예외 처리를 얼마나 잘 할 수 있느냐를 묻는 과제라 생각해요. 팀 과제이기 때문에 팀원과 어떤 소통방식을 견지해야 능률이 향상되고 호흡을 잘 맞출 수 있을지를 찾아가는 게 중요하고, 그래서 페어 프로그래밍과 시간을 효율적으로 쓰는 방법을 가장 많이 배운 것 같아요. 순수 개발보다도 협업에 관한 내용이죠. 정말 순식간에 끝난 과제였는데 되게 재미있었어요. 그렇게 3월 초, 순조롭게 cub3d 과제가 마무리되면서 마음도 많이 괜찮아졌고, 그제야 주변 분들의 조언이나 위로가 머릿속에 들어오기 시작했어요. 한창 우울할 땐 세상에 혼자 남겨진 기분이었는데, 사실은 응원해주는 사람들이 정말 많았다는 것을 깨달은 거죠. 그러고 나서 인생에서 찰나일 수도 있는 시간인데 우울하다는 핑계로 외면했던 것들을 바라보기 시작했어요. 요즘은 스스로를 돌볼 시간이 많아져서 참 좋아요. 지금도 가끔 안 좋은 일이 떠오를 때마다 머리를 부여잡고는 하지만, 원래 삶이란 게 마음먹은 대로 만들기는 쉽지 않고, 그래서 우울한 생각에 빠지기보다는 주변 사람들을 챙기는 데에 시간을 쏟는 게 좋겠다는 마음으로 이겨내고 있어요. 이 자리를 빌어서라도 함께해주신 동료분들께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하고 싶어요. 그리고 앞으로도 잘 부탁드려요.

junmkang (8개월 후)

저에게 42Seoul은 좋아하는 사람들, 좋아하는 공간, 좋아하는 추억들이 새록새록 기억나는 곳이에요. 들어오기 전 어찌 보면 길고도 짧은 한 달이라는 La Piscine 기간 동안 진짜 열심히 살았거든요. 그래서 그런지 '나도 이렇게 열심히 할 수 있구나', '내가 이렇게 짧은 시간 안에 많이 성장하고 배울 수도 있구나'라는 뿌듯한 생각을 들게 해줬어요. 또, 많은 사람과 같은 과제를 진행하는 일이 외부에서는 흔치 않은데, 여기에선 다른 분들의 다양한 생각들을 듣고 함께 고민할 수 있다는 사실이 너무 좋았어요. 군대에 있는 지금 이곳에서 있었던 추억들이 정말 많이 생각나요. 제대하고 42Seoul로 돌아가게 되면 다들 모르는 사람들일 것 같아서 약간의 걱정도 있네요. (웃음) 다시 돌아가면 과제를 하는 것도 좋지만, 다양한 분들과 어울리고 싶어요. 밤을 지새우며 과제에 대한 고민도 나누어보고 싶고, 과제를 벗어나 보드게임도 하고 놀면서 다양한 소재로 이야기꽃을 피워보고도 싶어요. 그리고 다양한 분야의 공부들을 더 해보고 싶어요. 프로그래밍 관련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제가 모르는 게 정말 많다고 느껴지고, ‘저건 어떻게 만들까’ 하며 재미있어 보이는 것도 한가득이더라고요. 얼른 사회로 복귀해서 공부를 하고 싶네요.

interviewer

hmoon, jaewpark

photographer

jaew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