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도 거의 다 0점이었을 거예요. 파이널만 제외하고요. 그때는 이런 생각이었어요.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나도 붙을 수 있지 않을까. 그 당시 42실리콘밸리에 대한 정보가 몇 없었는데요, 개중에는 '42는 성적으로 선발하지 않고 성장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기만 하면 붙는 것 같다'는 이야기가 있었어요. 그 이야기만 붙들었죠.
42실리콘밸리는 확실히 자기 마음대로였어요. (에꼴42의) 직영점 느낌이었거든요. 100점 맞았는데 0점이 되기도 하고, 같은 코드를 제출했는데 얘는 100점이고 쟤는 0점이고 그런 경우도 많았어요. 그래도 그곳의 분위기는 되게 태연하게 'Life is unfair'라고 하면서 '그건 네가 이번에 운이 나빴다'라며 넘어갔었죠. 하지만 42서울에서는 이제… 이해가 가긴 해요. 비교하자면 한국 학생들이 확실히 더 치열한 것 같아요. 거기는 좀 놀자 분위기였다면 여기는 조금 더 점수 차이에 되게 민감하고, 꼭 100점 맞아야 하고요(웃음).
학장님이 모든 사람을 다 알고 있었어요. 저도 알고 계시더라고요. 실리콘밸리에서 인터뷰를 진짜 많이 했는데, 한번은 인터뷰하는 분이 '학장님이 추천해서 널 인터뷰 하는 거다'라고 이야기하시는 거예요. 근데 항상 주제가 '어려움을 극복하고...' 아니면 '너무 못했지만 포기하지 않아...' 였어요(웃음). 열심히 한 걸 많이 보시지 않았나 생각해요.
저한테는 진짜 'Life is 42' 죠. 42서울에서 인턴 생활을 했을 때는 여기 돌아가는 시스템을 알고 싶었었는데 그보다는 학생들과의 소통을 더 많이 했었어요. 그래서 퇴사 후에 아쉬움이 조금 있었거든요. 마침 NHN Edu 인턴 계약이 끝날 때쯤에 42서울의 채용공고가 올라와서, 이번에는 뒤에서 좀 42를 파 보고 싶어서 다시 들어오게 됐어요. 많이 어려워요. 파면 팔수록 또 모르겠고 알았다고 생각했는데 전혀 아닌 부분도 있고 그렇죠.
제가 하는 업무요? IT 인프라 담당이고 필요에 따라서 업무용이나 교육용 툴을 개발하는 일을 맡고 있어요. 주로 파이썬을 사용해요. 리부팅 봇 karvin도 만들었어요. 제 이름인 kristine과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에 나오는 marvin을 합친 거예요(웃음). 업무 외적으로는 언리얼도 하고 아두이노도 하고 Three.js도 하고 있어요. 웹에서 쉽게 3D 모델링을 할 수 있게 도와주는 라이브러리가 Three.js 예요. 요새는 웹사이트가 3D로 되어있는 게 많이 있더라고요. 이런 분야에 관심이 가는 걸 보면 프론트엔드 쪽을 해야 하는 건가 싶기도 해요(웃음).
42의 아이맥들은 커스텀이 되어 있어요. 뒷단에서부터, 아주 깊숙한 곳에서부터 프랑스(에꼴42)에서 조작을 해놨어요. 저도 그런 커스텀이 가능한지 몰랐는데 가능하더라고요. 맨 처음에 체크인 미팅할 때 서버에 학생 정보를 저장해요. 아이맥에서 로그인하면 그 서버에 해당 학생이 있는지 확인하고, 만약 있다면 학생 스토리지 서버에 요청해서 ‘야 여기다 붙여' 하는 거죠. 이게 어느 자리에서 로그인해도 자기 작업물이 있는 원리예요. 채점은 컴퓨터마다 Moulinette 프로그램이 있어요. 채점을 요청하면 컴퓨터 중 일할 수 있는 컴퓨터에 ‘야 이거 채점해'라고 명령하는 거예요.
페이스북 같은 곳에 보면 42가 소프트웨어 인재를 양성하는 데 도움이 되는지 안 되는지로 의견이 많아요. 42에 대한 기사를 퍼와서 의견을 공유하는 건데 그 밑에 댓글을 보면 '저렇게 가지고는 개발자 양성 절대 못 한다', '비전공자인데 어떻게 다 배울 수 있나, 안 된다'는 이야기가 많아서 엄청 속상하더라고요. 교육 방법이 다른 거고, 42의 교육 방법에 맞는 사람을 찾기 위해서 피신을 여는 거잖아요. 42가 좋은 이미지였으면 좋겠어요.
yechoi
jw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