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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한 건 일을 해나갈 수 있는 명분이에요

gulee의 이야기

2022-05-02

Photo of gulee

공연 관련 일을 하다가 코로나로 공연을 못 하게 되면서 실직자가 되었어요. 그래서 패션 쪽으로 취직을 하려고 관련 툴들을 공부하고 있었는데, 어떤 패션 유튜버가 요즘은 패션 패턴도 AI가 그린다는 말을 하는 거예요. 큰일 났다, 이러다가 진짜 돈을 못 벌겠다 싶어서 차라리 내가 그 AI를 만들자는 생각이 들었고, 프로그래밍 공부를 시작하게 되었죠. 원래는 AI 부트캠프를 가려고 했다가 사전지식이 필요할 것 같아, 비전공자들도 할 수 있다는 42서울에 들어왔어요.

알고리즘 문제 푸는 걸 좋아해요. 한 번씩 날을 새 가면서 풀면 스트레스가 풀린다고 해야 하나(웃음). 자려고 누웠다가 갑자기 로직이 생각나서 눈을 뜨고 다시 문제를 푼 적도 있어요. 애초에 코딩 쪽으로 진로를 정했던 것도 이런 이유에서예요. 코딩도 일종의 창작 활동이거든요. 로직을 설계하고, 아이디어를 만들고, 그 아이디어를 코드로 옮기고, 그래서 프로그램이 나오면 그게 결과물이잖아요. 한마디로 예술이든 코딩이든 카테고리가 같기 때문에 제가 할 수 있는 게 아닌가 싶어요.

본과정에 들어오고서부터 팔만코딩경 활동을 계속 하고 있어요. 팔만코딩경 시스템이 정말로 좋다고 생각해요. 자신이 알고 있는 정보를 다른 사람에게 공유해주는 일종의 공유의 장 시스템인데, 남에게 알려줄 수 있으려면 그것보다 더 많이 공부해야 하잖아요. 그게 정말로 공부하기 좋은 명분이라고 생각을 해서 다른 사람들에게 추천을 많이 했어요.

42서울에서는 저처럼 뭔가를 계속 해야 얻는 것 같아요. 이번에 C++ 스터디를 공개적으로 모집했던 이유도 이렇게 제가 모르는, 친하지 않은 멘토님과도 충분히 스터디를 꾸려서 할 수 있다는 걸 다른 카뎃들에게 보여주기 위해서였어요. 이런 것처럼 42서울은 정말로 장단점이 확실하다고 생각해요. 가장 큰 장점이라면 굉장히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는 거예요. 대학을 가거나 사회에 나가더라도 같은 장르, 같은 카테고리에 있기 때문에 이렇게 서로 다른 사람들을 만날 기회가 없는데, 이곳엔 상당히 다양한 카테고리의 사람들이 있어요. 그래서 정말 재밌어요. 그렇기 때문에 저는 이곳에서의 학습도 중요하지만, 커뮤니케이션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여기에서 공부를 하고 나서 나중에 개발이든, 다른 걸 하게 되든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는 대단한 분들이 많이 계시거든요. 그런 것도 본인이 어떻게 42서울을 이용하느냐에 따라 가져가는 거죠. 42서울에서 단순히 CS 지식만 가져가기보다는, 이런 인맥들까지 같이 가져가야지 진정한 이득이라고 생각을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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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러스터 문화 자체를 좀 바꾸고 싶어요. 가만히 과제만 하거나 친한 사람끼리 게임하고 놀고 끝나는 게 아니라 지속적으로 교류할 수 있도록 매일같이 이벤트를 만들어주는 거죠. 단순히 클러스터에 와서 과제하고 공부하는 것도 좋지만, 클러스터를 와야 하는 명분이 필요하잖아요. 계속해서 사건을 만들어주고 소규모 이벤트들을 진행하다 보면 하루하루 좀 더 재미있게 클러스터에  나와서 놀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더 많은 사람들이 모여야 교류도 활발해지고, 그러다 보면 누가 꼭 주도하지 않더라도 자연스럽게 커뮤니티도 형성될 수 있고요. 그게 사회 생활인 거고 사람들이 살아가는 이유니까요.

가장 좋아하는 중학교 국어 선생님께서 ‘사람 인(人) 자가 그렇게 생긴 이유를 아느냐. 사람은 혼자 서 있으면 무조건 넘어지게 되어 있다. 그래서 뒤에 받쳐주는 게 있다. 그게 사람이다’라고 하셨고, 전 아직도 그걸 기억하고 있어요. 제 인생에 가장 필요했던 말이에요. 무언가를 할 때에, 혼자 하는 것보다는 남과 같이 하는 게 명분이 더 생기거든요. 과제도 블랙홀이란 명분이 있기 때문에 하는 것처럼요.

저에게 거품이 많이 껴있어요. 같이 들어온 5기 분들이 제게 항상 ‘gulee님은 잘하시니까 문제 없잖아요’라고 하시는데 저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안 보이는 곳에서 노력을 하니까 그렇게 보일 뿐이죠. 사실은 엄청나게 열심히 발버둥치며 수영하고 있는데, 저를 엄청 잘하는 사람으로 보는 게 조금은 부담스러워요. 저도 넘어지고 굴러떨어지기도 하는데 그렇게 보이면 안 된다는 강박이 생기는 거죠. 말은 이렇게 해도, 그런 기대가 좋은 원동력이 되기도 합니다(웃음).

결국 하고 싶은 말은, 하면 되더라는 거예요. 아무것도 모르고 42서울에 온 분들에겐 ‘내가 과연 할 수 있을까’가 가장 처음 맞닥뜨리는 난제거든요. 그런데 그건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요. 특히 컴퓨터공학 전공자라고 하시면 ‘저보다 잘 하시겠네요. 못할 게 뭐 있어요, 해봐요’라고 말씀드립니다. 저도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로 와서 libft 과제 한다고 메모리에 CPU 구조까지 공부한 걸요.

딱 하나 중요한 팁이라면, 모르는 게 있으면 일단 클러스터를 여기저기 다니면서 다른 카뎃 분들한테 물어보라는 거예요. 제가 그랬거든요. 초반 과제를 할 때 디버깅을 잘 못해서 다른 기수 분들한테 ‘이거 디버깅하는 방법 아시나요’ 하면서 물어보고 다녔어요. 분명 누군가는 답을 해주고 방법을 제시해줘요. 그렇기 때문에 앞으로 들어올 다른 기수, 그리고 6기 카뎃분들에게도 모르는 게 있다면 그냥 물어보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바로 옆에 있는 사람한테 물어봐도 좋지만, 그걸 들고 다른 층에 가서 한번 둘러보며 조금이라도 얼굴 아는 분한테 물어보기도 하고요.

모르는 사람이고 바빠보여서 못 물어보겠다는 건 불필요한 걱정인 것 같아요. 제가 경험하기로 42서울에 있는 카뎃분들은 평가를 진행중인 게 아니라면 아무리 바쁘더라도 ‘이거 혹시 아시나요’ 하고 찾아가면 선뜻 대답해주세요. 그리고 되게 좋아하세요. 물론 안 그런 분들도 있겠지만, 제가 지금까지 봐왔던 분들은 사람들하고 이야기하는 걸 좋아해서 오히려 다들 반가워하셨어요. 클러스터에 있다 보면 자주 나오는 분들이 있을텐데, 인사도 한번 해본 적 없다면 이런 기회에 안면을 트는 거죠. 그렇게 이 사람들과 친해지고, 또 그 사람으로 인해서 다른 사람들과 친해지고, 하면서 계속 연결해나가다 보면 정말 예쁜 트리 구조가 나와요(웃음). 그러면 이제 그 나무가 자기가 가진 자산이 되고, 커뮤니케이션으로 이어지는 거예요.

interviewer

ljeongin, suekang

photographer

hdo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