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 전공이 미디어 공학 전공이었습니다. 이 학과가 복수 전공이 필수여서 컴퓨터 공학을 신청했었습니다. 하지만 그 당시에는 ‘너무 안 맞는다’, ‘나 진짜 하기 싫다’라고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전역 후에는 원래 생각이 있던 경찰 공무원 준비를 먼저 시작했습니다. 정말 매일매일을 피신 때처럼 살았다고 생각해요. 다만 노력과는 다르게 결과가 좋지는 않았습니다. 그래서 마지막 시험이 끝난 후에는 잠시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뭘 해야 하려나 하고요.
처음에는 고시 공부하는 환경 안에 갇혀 있으니 생각이 잘 안 났어요. 하지만 생각하면 할수록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은 거에요. (웃음) 진짜 생각나는 대로 다 행동했습니다. 유튜브가 막 뜨던 때라 친구들이랑 차 타고 가면서 일상을 브이로그로 찍어서 올리면 되지 않나? 생각이 들어서, 바로 하나 찍어서 올리기도 했습니다. 한때는 제가 대화하는 것, 말하는 것에 나름대로 재주가 있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학교 연계로 회사 영업팀 쪽으로 인턴도 도전하기도 했습니다..
영업팀 쪽 지원을 위한 자기소개서 작성 중에 뭔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것저것 실력도 쌓고, 자격증도 따긴 하지만 결국 해당 직무의 핵심인 어휘력, 언변의 재능이 과연 실질적인 내 역량인가? 라는 의구심이 든 겁니다. 그렇게 경찰 고시부터 1년 반 정도 되는 시간을 방황했습니다.
그러던 도중 다시 컴퓨터에 대한 생각이 조금 들었습니다. 그렇게 친구와 학교 선배에게 연락 했습니다. ‘형 저 컴퓨터 하고 싶어요. 근데, 뭘 해야 할지 잘 모르겠어요. 어떻게 하면 될까요?’ 하고 말이죠. 그때 그 선배가 약간의 로드맵을 저에게 공유해 주셨고, 그게 제가 이쪽 진로로 들어오게 된, 그리고 이후 42 서울 참여까지 이어지는 작은 계기였습니다.
이후에 가장 먼저 한 행동이 기왕이면 큰 회사에 가는 게 좋다고 생각해서 ‘네카라쿠배’의 모든 채용공고를 훑어보기 시작했습니다. 여기서 무슨 기술을 쓰고 무얼 원하는지를 찾다 보니, 어느새 백엔드의 맛에 취한 제가 있더라고요. (웃음)
다만, 처음엔 다 해봐야 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기에 되도록 여러 분야를 다 해보려고 했습니다. 확실히 해보면서 무엇이 내가 원하는 쪽인지가 알 수 있었네요. 예를 들어 프론트엔드는 저랑 안 맞는다는 느낌이 많이 들었습니다. 디테일하게 픽셀을 맞춘다고 하는 등의 개발들은 재밌지만, 스크립트 언어가 저랑 잘 안 맞는 것 같더라고요. 그에 비해 백엔드의 경우는, 서버가 정상적으로 운영이 잘 될 때는 중요성을 잘 모르지만, 서버에 문제가 생길 때는 정말 중요한 역할이거든요? 그런 역할 자체도 개인적으로 선호하는데, 동시에 DB 다루기도 재밌고, 중간다리 역할을 해준다는 게 매력적으로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프론트엔드보다 더 폭이 넓다는 점은 할 수 있는 일이 많다는 점에서 저에게 큰 흥미로 다가왔습니다. 데이터의 이동이나 트랜잭션 이런 부분에서 어떻게 데이터가 지나가고, 어떻게 안정화하거나 기능을 접목하는지 등을 고민하는 과정이 되게 재미있었습니다. 프론트엔드를 공부할 때는 되게 '재미없다' 고 느끼는 부분이 있었지만, 백엔드를 공부할 때는 '재미없다' 고 생각한 부분은 없었습니다. 대신, 어렵기는 했지만요.
저의 공부, 혹은 실력 향상의 노하우는 많은 카뎃분들이 공감하리라 생각합니다. 제가 생각하기엔 개발 공부는 무조건 탑-다운 방식이라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서 가계부를 만들어보고 싶다고 결론이 나면 가계부 서버를 만들어야 합니다. 그러면 뭘 해야 하지? 라고 물으면, 서버를 만들어야 한다는 결론을 내립니다. 그럼 서버는 어떻게 만들지? 라는 물음에 답을 다시 달면서 그걸 위한 다른 궁금증으로 점점 단계를 내려갑니다. 이렇게 내려가면서 학습과 따라 하기, 그리곤 다시 이해하기 위해 올라오게 되거든요. 이 과정이 진짜 지루해요. 너무 지루한데, 이 지루한 과정조차 익숙해지면 올라가는 것밖에 생각이 안 나게 됩니다. 그래서 저에게는 이 방식이 가장 핵심 같습니다.
저는 개발할 때 커밋을 세밀하게 쪼개기도 합니다. 하나의 API를 개발했을 때 보통 커밋을 하나 날리는 경우가 다수겠죠. 하지만 저 같은 경우에는 파일을 하나 만들어도 커밋을 다 날립니다. 그 커밋로그들이 결국에는 탑-다운 방식으로 학습하고 다시 보게 되면 그 변화 과정이 다 보이게 됩니다. 내가 큰 것들을 익히려고 하면서 동시 작은 것도 자연스럽게 익히게 되는 걸 느꼈습니다.
저는 스스로 채찍질을 많이 하는 타입이에요. 왜냐면 이 세상에 나를 객관적인 평가를 해줄 수 있는 사람은 저뿐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되게 이런 부분은 성격적으로 빡빡한 거라 봅니다. 지금은 막 못 잡아먹어서 안달 난 정돈 아닙니다. (웃음) 대신 압박의 방법을 바꿨습니다. 맹목적 채찍질은 아니고, ‘쉬어야 할 땐 쉬어야 한다’처럼 결국 최종적으로 하고 싶은 바를 위한 현실적인 대안으로 빡빡하게 저 자신을 유지하려 합니다.
저는 항상 저 자신에게 하는 말이 있어요. ‘내 미래는 누구보다 밝을 것이다. 그러니 나는 걱정하지 않는다’ 입니다. 이건 저희 어머니가 어렸을 때부터 자주 해주시던 말입니다. 이 말에 핵심은 ‘실패'한다고 끝나지 않았다는 데 있다고 생각합니다. 시험 망칠 수 있어요. 제대로 준비 안 하면 망치겠죠. ‘나 망했어 흑흑…’ 하고 한 시간 정도는 진짜로 움츠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기분도 인정하고 진정하고 바라보면 결국 추진력을 얻고 다시 해야 할 일들이 나타납니다. 어차피 끝까지 갈 건데 굳이 급하게 생각하면 힘들다고 보는 거죠. 그렇게 가다 보니 결국 쌓인 나의 것들이 결과물을 만들어 주고, 그런 결과들이 내가 더 할 수 있고, 더 자신 있게 만드는 원동력이 됩니다. 위기감이 없어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나에 대한 믿음이 제가 열심히 사는 원동력이 되는 게 아닌가, 지금 웃는 얼굴로 계속 공부하고, 떨어져도 그다음으로, 떨어져도 그다음으로 나아갈 수 있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haryu
jw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