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는 취업하기 전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고 기르고 있어요. 특이한 스타일을 하면 일상에 재밌는 일이 많이 생겨요. 예술가냐는 물음도 많이 듣고, 화장실에서 사람들이 깜짝깜짝 놀라기도 하고요. 한번은 사진전에서 안내 아르바이트를 했는데, 사진기를 들고 온 관람객들이 찍어봐도 되냐고 하곤 나중에 사진을 보내주는 일도 있었죠. 42서울에선 피신 끝나는 날에 처음 보는 분이 '형님 저 팬입니다' 이러면서 제 자리로 찾아 왔어요(하하). 평가도 안해본 분이었는데 프로필 사진만 보고 찾아오신 거예요. 머리를 길러보고 싶었다면서. 자기는 본과정 안 할 거라서 앞으론 못 볼 텐데 그 전에 꼭 인사하고 싶었다고 하더라고요.
기를 수 있을 때까지 길러보고 나중엔 잘라서 기부할 생각이에요. 지금은 풀면 머리카락이 허리까지 내려와요. 스타일링도 한번 해보고 싶은데, 남자 긴 머리 스타일링의 한계는 딱 어깨 정도예요. 그 이상으로 길어지면 참고할만한 스타일이 없어요. 외국 사진 조차도요. 파마를 하면 어떨까 궁금하지만, 시도했다가 망할 것 같아서 못하고 있죠. 또, 기부하려면 머리가 튼튼해야 하거든요.
이전에도 단발 정도로 머리를 기른 적이 있는데 군대에 가게 되며 잘랐어요. 이것도 스토리가 있어요. 사실 군대를 가고 싶지 않았어요. 당시 양심적 병역 거부를 준비하고 있었어요. 교내 언론사에서 활동할 때 비폭력을 이유로 양심적 병역거부를 하는 사람들을 취재하는 과정에서 그들의 입장을 이해하게 됐어요. 그래서 그 운동에 동참하려 했죠. 관련된 사람들을 만나거나 책을 찾아보고 절차를 알아보기도 했는데, 부모님이 워낙 강하게 만류하셔서 결국 입대했어요. 양심적 병역거부로 교도서에 수감 중이신 분의 이야기도 결정적이었죠. 교도소에서의 삶이 상상 그 이상인 면이 많다고 하셨어요. 그 얘기를 듣고 마음을 접었어요.
양심적 병역거부를 하는 사람들의 대다수는 여호와의 증인 신자라든지 종교적 이유 때문이예요. 순수하게 양심적 병역거부하는 분들은 우리나라 역사에서 통틀어서 15명 정도로 얼마 되지 않아요. 양심적 병역거부라고 하면 병역기피자를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그런데 기피자는 군대를 피해서 해외로 가는 등 편법을 사용해 의도적으로 군 면제를 받고, 거부자는 교도소를 가거든요. 거부와 기피는 명확하게 다른데 같은 용어로 쓰는 경우가 많아서 항상 그걸 짚고 넘어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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