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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동력원은 사람이에요

yomoon의 이야기

2021-07-27

Photo of yomoon

피신 친구들 도움 아니었으면 당연히 본 과정 못 왔죠. 그리고 지금은 블랙홀 가긴 했지만 그래도 1년 가까이 본 과정을 유지할 수 있었던 이유도 저의 성장 스토리에 관심을 갖고 응원해 주시는 분들이 있었기 때문이에요.

‘어떻게 모든 걸 다 알고 있나’라는 얘기를 대학 입학했을 때부터 들었어요. 같은 신입생인데 어쩌다 보니 친구들보다 제가 알고 있는 게 많았거든요. 심지어 혹시 선배인데 신입생인 척하는 엑스맨이냐는 얘기도 듣고 그랬어요. 저는 어느 집단에 들어가기 전에 사전 조사를 좀 많이 하기도 하고, 주변에 관심이 많아서 지금 당장 저한테 필요한 게 아니더라도 그냥 봐둬요. 그리고 보고 들은 것들을 잘 기억해서 주변 사람들이 모든 걸 아는 것처럼 봐주는 게 아닐까 싶기도 해요.

피신 때 클러스터에서 봤던 어느 포스터에 ‘혼자 가면 빨리 가지만 함께 가면 멀리 갈 수 있다’란 말이 있었어요. 그 말이 되게 좋아서, 피신 동기들에게 자주 이야기했었어요. ‘우리 다 같이 열심히 잘 해서 선발 과정에서 누구 하나 떨어뜨리기 아깝게 만들자. 같이 가자’ 라고요. 그렇게 같이 으쌰 으쌰 했고, 저도 제가 알고 있는 걸 다 풀었어요. 시험이나 과제에 대해 자주 공지하고 제가 찾은 것들을 슬랙에 공유하고 했어요. 그게 요문봇의 기원이에요. 본 과정에 와서도 자연스럽게 아는 것들에 대해서 답변 달아주고 공지하곤 했었고요.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 그렇게 ai처럼 물어보면 답을 다 알고 있는 사람이 돼버린 것 같아요. 모르는 것들은 휴먼 러닝을 통해서(웃음) 학습해나가서 가능하지 않았나라고 생각을 합니다. ai보다는 요문봇이 좋습니다. ai는 일반 명사고 요문봇은 유니크한 고유 명사이기 때문에!

처음에 아는 걸 공유할 땐 고마워서인 것도 있었어요. 피시너일때에도 카뎃일 때에도 다들 코딩 까막눈인 저에게 각자가 아는 걸로 저를 도와줬잖아요. 저도 제가 할 수 있는 걸로 도와주고 싶었어요. 그리고 42 안에서 코딩이 아니더라도 무언가 각자의 재능을 주고받고 공유하는 문화가 자리 잡기를 바라기도 했어요. 깊게 고민하지 않고 그냥 나부터 하면 누군가가 또 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있었고, 그렇게 하다 보면 서로가 가진 것을 자연스럽게 나누는 42 문화가 만들어지지 않을까라고 막연하게 생각을 했어요. 그런 분위기가 자연스러워질 거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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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터들은 카뎃들을 위한 회의를 자주 하고 고민을 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마스터가 특별하진 않은 것 같아요. 그냥 원 오브 카뎃이죠. 제가 처음 들어왔을 때는 마스터가 없었어요. 어느 날 마스터 선발에 대한 공지가 나와서 업무가 무엇인지 읽어봤을 때, 제가 본 과정에 와서 하던 일들과 유사하다고 생각했어요.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도 그랬나 봐요(웃음). 저는 후보 등록 마지막 날까지 이거 진짜 내가 해도 되는 건가 계속 고민을 했는데 다른 카뎃분들이 요문은 당연히 나가겠지 하는 그런 느낌으로 물어보셔서 용기 얻고 나가게 됐어요. 그래서 공약도 ‘그냥 하던 대로 하겠습니다. 끝까지 초심 유지하겠습니다’ 였어요. 지키지 못할 약속은 하지 않아요.

저는 모 아니면 도예요. 한 번 하면 제대로 하는 대신, 각 안 나오거나 못할 것 같으면 아예 안 하는 성격. 요즘에는 약간 그런 점을 후회하고 있어요. 오지선다의 답을 고르는 방법이, ‘이거 아니고, 이거 아닌데, 이거 남았네’ 하고 소거법으로 찍는 것도 있잖아요. 근데 과거의 저는 오지선다에서 오직 하나의 완벽한 답을 고르려고 했어요. 그래서 해보지도 않고 제가 생각한 답이 아닌 것 같다며 포기한 것이 좀 많았어요. 기회가 오고 뭔가가 주어졌을 때 일단 해보고 나서 아닌 것 같으면 그것을 오지선다에서 제거하는 식으로 했으면 어땠을까 생각하곤 해요. 이게 나랑 맞지 않는다는 걸 아는 것도 좋은 경험인 것 같아요. 요즘에는 기회가 왔을 때 일단 해보려 하고 있어요. 그런 이유에서 최근 인턴을 했었고 그 경험을 통해 느낀 바가 많았어요.

그동안은 뭔가 계속 아쉬움이 있었어요. 내가 개발을 좀 더 해보지도 않고 포기하는 게 아닐까. 그래서 어떻게든 붙잡고 했는데, 최근에 ‘나는 개발을 업으로 가져갈 사람은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러니 과제를 할 시간과 스트레스를 덜어내고 나에게 맞는 다른 걸 탐색하는 데 노력을 투입하는 게 맞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또 42에서 주는 소속감과 안락감 때문에 개발이 아닌 다른 세상을 열의 있게 탐구하지 않는 것 같다고 느꼈어요. 너무 안락한 울타리 안이었지만, 이렇게 가다가는 안 되겠다 싶어서 제 손으로 울타리를 박차고 나갔어요. 그렇게 42를 그만두게 됐어요.

그동안의 경우를 보면 블랙홀로 빠지고 나면, 정말 시커먼 블랙홀에 먹힌 듯이 그 사람이 다시는 나타나지 않아요. 근데 저는 블랙홀에 가더라도 42 사람들과 잘 지낼 수 있고 개포동도 충분히 놀러 올 수 있다고 생각해요. 카뎃들, 보칼들, 멘토님들 만나고 대화도 하고 싶어서 한 달에 한두 번 그냥 놀러 오고 그래요. 맥은 쓰지 않습니다. 근데 저는 카뎃일 때에도 오픈 스튜디오에서 노느라 클러스터에 잘 올라가지 않았던 것 같네요(웃음)

제가 블랙홀에 빠지기 전에는 ‘블랙홀에 빠지는 것 = 안 좋은 일’이라는 생각이 있었어요. 근데 충분히 고민하다 보니 블랙홀은 좋고 나쁨의 가치 판단 영역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다 각자의 고민과 이유가 있는 것 같아요. 그러니 블랙홀로 간 게 ‘안 돼! 구멍에 빠졌어!’ 보다 ‘다른 행성으로 이사 가는구나. 잘 가, 또 놀러 와!’ 그런 느낌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본인이 42를 경험을 해본 다음에 다른 행성으로 이주하는 게 더 낫다 생각했으면 다른 행성으로 이주할 수 있고, 이사 가도 42행성에 놀러 올 수 있는 거고.. 그러니까 제가 와도 놀라지 마세요(웃음).

'비전공자고 뭘 해야 될지 모르겠으면 그냥 42 과제부터 하자. 고민하지 말자’. 이 말이 너무 하고 싶었어요. 저는 비전공자고 피신 때 코딩을 처음 접했던 사람이잖아요. 본 과정에 왔는데 하고 싶은 것도 없고 뭘 해야 될지 모르겠는 거예요. 본 과정에 오자마자 슬럼프가 왔어요. 그래서 뭘 하고 싶은지 찾겠다고 두 달을 허비하다가 깨달았어요. ‘아, 뭘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는 비전공자가 본 과정에 들어오면 그냥 본 과정 과제부터 해야겠구나’. 그때 첫 과제를 놓쳐버리잖아요? 그러면 같이 시작한 카뎃들과의 진도가 걷잡을 수없이 멀어져요. 그럼 과제들이 연쇄 추돌 사고가 나서 뒤까지도 다 밀리거든요. 결국 뒤의 과제는 혼자 하게 돼요. 그러면 더 힘들어지더라고요. 그러니 그냥 합격의 기쁨만 가지고서,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주변 카뎃들하고 같은 과제를 그냥 시작을 해야 돼요. 블랙홀까지의 기간이 여유가 있으면 슬럼프가 덜 오고, 주변에 같은 과제 하는 친구들이 있으면 도와줄 사람이 있어서 조금 더 수월해요. 그러니 친구들 과제 할 때 같이 하세요. 정말 정말 중요합니다.

0서클이 바닥인데, 바닥에선 요만큼 밖에 못 보잖아요. 근데 서클이 올라가면 시야가 조금씩 넓어져요. 그럼 볼 수 있는 것들이 좀 더 많아진단 말이에요. 생각이 달라져요. 내가 뭘 하고 싶은지에 대한 고민들은 공통 과제 절반 정도 지난 다음에 해도 늦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interviewer

yeonwlee

photographer

jaew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