펫 채널(#42seoul_other_pet)은 직접 요청해서 만들었어요. 이런 채널이 있을 줄 알았는데 없더라고요. 유튜브 미팅할 때 폴라베어님이 채널 개설 조건에 대해 얘기하신 적이 있어요. 그 이후에 개인적으로 문의드렸더니 만들어주셨어요. 채널 멤버는 본인이 찍은 것 같은 반려동물 사진을 프로필로 하신 분들이나 동물 사진 올라왔을 때 반응해주신 분들 위주로 일일이 추가했어요. 다행히도 다들 좋아하시더라고요.
함께 사는 친언니가 고양이 두 마리를 키워요. 언니의 지인이 도로에서 오들오들 떨고 있는 남매 고양이를 구조했는데, 그중에 한 마리를 언니가 입양하기로 했어요. 그런데 나머지 한 마리가 당장 갈 데가 없어서 그 한 마리도 임시 보호하기로 했죠. 그런데 떨어지면 큰일 날 것처럼 너무 돈독하게 잘 지내니까, 차마 한 마리만 보낼 수가 없어서 두 마리 다 키우게 됐어요. 둘 다 우리 집에서 아주 잘 지내요. 이름은 언니가 지어줬는데 첫째는 성격이 둥글둥글해서 따숨, 둘째는 발에서 고소한 냄새가 나서 꼬숨이에요.
고양이들이 요즘 ‘간식'이라는 말을 배웠어요. 언니가 간식을 줄 때마다 ‘간식, 간식'이라고 말하니까 배운 거예요. 간식이라는 말을 배우니까 되게 편한 게 베란다로 나가면 다시 들어오라고 해야 하거든요. 원래는 말을 안 들으니까 뭐라고 해도 안 와요. 그런데 이젠 ‘간식' 하면 쪼르르 와요. 안타깝게도 조만간 저는 이사를 하게 돼서 이제 고양이들이랑 떨어져요. 자주 놀러 가야죠.
맛있는 거 먹는 게 삶의 낙 중 하나에요. 슐랭 채널(#42seoul_club_42chelin)에서 매일 갈만한 밥집을 공유하려고 노력 중이에요. 식당 선택의 팁이 있어요. 일단 먹고 싶은 메뉴가 있으면, 카카오맵에서 관련 키워드를 쳐요. 카카오맵을 쓰는 이유는 네이버맵보다 평점이 짜서 그렇습니다(웃음). 그럼 그 근방의 가게를 찾아주거든요. 가게들을 눌러보면서 평점 위주로 선택해요. 평점이 괜찮고 별점 낮은 순으로 정렬했을 때도 안 좋은 평이 그다지 없는 곳들이요. 경험적으로 봤을 때 안 좋은 평 중에 비방을 제외하고 ‘비판’으로 볼 수 있는 내용은 직접 가보면 ‘이 말이 그 말이구나' 싶거든요. 카뎃분들의 식당 선택이 조금 더 편해지도록 맛집을 공유하고 있지만, 모든 사람이 만족하는 밥집은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해요. 입맛이 개인적인 영역이기 때문에 ‘본인 입맛에 맞는 게 맛집'이죠.
클러스터 근처에서 식사하고 싶어 하는 분들도 많은 것 같은데, 저는 맛집을 찾아서 좀 먼 곳에 가기도 해요. 음식을 좋아하니까 그 정도의 불편함은 감수해요. 열정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웃음). 맛집 포털을 만들어보고 싶은 생각도 있어요. 클러스터 주변의 맛집을 정리해서 카뎃들의 메뉴, 식당 선택을 도와주는 거죠. 사실 회사 다닐 때 심심해서 비슷한 걸 만들어본 적이 있어요. 엑셀에 음식점 주르륵 써놓고 버튼을 누르면 오늘의 식당이 뜨게 끔요. 이렇게 말하니까 진짜 먹는 거에 미친 사람 같긴 한데, 살짝 미쳐있는 게 맞는 것 같기도 하고(웃음).
42서울 오기 이전에 공공기관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는데 사무보조 업무다 보니까 귀찮은 일이 많았어요. 예를 들면, 상품분류 코드가 있는 상표 데이터를 홈페이지에서 복사해서 엑셀에 붙여넣어 달라는 경우가 있었어요. 총 항목 개수로 따지면 2만여 개였고, 홈페이지에서 한 번에 볼 수 있는 자료의 개수는 200개였어요. 그러면 적어도 내가 100번을 스크롤 해서 붙여넣어야 한다는 거잖아요. 엑셀에 바로 붙여놓으면 형식이 안 맞으니까 다듬어주는 일도 해줘야 하고요. 할 수는 있는데 번거롭죠. 이거 분명히 코드로 짜서 자동화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파이썬 웹 크롤링으로 원하는 HTML 태그를 따와서 데이터를 긁어오도록 만들어봤어요. 이걸 해보니까 ‘나 개발해도 되겠다' 싶었어요.
개발이라는 목표가 생기기 전까지는 자존감이 굉장히 많이 떨어진 상황이었어요. 남들은 다 번듯한 직장 구해서 열심히 살고 있는데, 나만 이렇게 알바하고 있나 싶기도 하고. 인생이 망했다고 생각했는데, 목표가 생기고 42서울에 와서 피신하면서 자신을 재발견했어요. 저는 의지가 약한 사람인 줄 알았어요. 그런데 피신에서 매일 스스로 밤을 새우다 보니 ‘나 이렇게까지 할 수 있네, 나 의지박약 아니네, 내가 그냥 하고 싶은 게 뭔지 몰랐구나' 싶어서 기분이 좋았어요. 비록 피신에서 떨어졌어도 괜찮았을 거예요. 저 정말 열심히 했거든요. 사실 한편으론 ‘내가 합격 안 하면 누가 할까' 싶은 생각도 했죠(웃음). 설레발치면 실패할 때가 많으니까 이건 속으로만 생각하고 ‘겸손하자' 마음 다잡았지만요.
피신 때 격려의 글이 기억에 남아요. ‘내가 잘 못 하는 것 같다고 좌절하지 마세요. 당신은 분명히 어제보다 오늘 조금 더 알고 있습니다’ 이런 의미의 문장이었는데요. 피신하는 동안 그 말이 정말 힘이 되더라고요. 피신 3주 차 때 회의감이 들면서 ‘내가 이걸 지금 하고 있는 게 맞나' 싶었는데, 그 문장을 보고 나서 원동력이 생겼어요. ‘진짜 그러네, 나 얼마 전까지만 해도 포인터가 뭔지 몰랐는데 오늘은 아네' 이런 생각이 드는 거죠. 앞으로도 스스로 격려하는 말로 쓸 수 있을 것 같아요.
본과정 들어온 지는 2개월 됐어요. 아직까지는 굉장히 재밌어요. 집요함이 있는 편인 것 같아요. Get Next Line(GNL) 과제 할 때, 보통 배열을 많이 쓰는데 연결리스트로 한번 해보고 싶어서 고생했어요. 삼 주에 걸쳐서 코드를 짜면서 세 번 정도 rm -rf 한 것 같아요. 솔루션을 되도록 안 보고 문제를 푸는 편이에요. 대학 전공인 기계과 수업에서 역학 문제를 풀 때도, 웬만하면 제힘으로 생각해내서 풀었어요. 답지를 보면 뭔가 자존심 상하는 기분이 들어요. 이렇게 하는 게 어찌 보면 더 오래 걸리고 비효율적인 일이라고 할 수도 있겠죠. 그래도 제가 스스로 알아내고 싶은 마음이 큰 거잖아요. 타인의 코드는 최소한으로 참고하고 ‘나의 것으로 만들고 싶다'고 생각해요.
비슷한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에 오니 성격이 좀 바뀌는 것 같기도 해요. 회사 다닐 때는 나한테 말 좀 안 걸었으면 좋겠고, 사적인 질문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고 그랬어요. 하지만 알고 보니 내 성향에 맞지 않는 곳에 있어서 불편했던 거구나 싶어요. 여기 있으니까 너무 재밌거든요. 슬랙에 댓글 달고 글 올리는 것도 노는 것도 재밌고요. 누가 어디 가서 옥토캣(GitHub 캐릭터)이 낙지 음식점 로고로 쓰이는 걸 보고 웃겠어요. 그런 개발 유머를 나눌 때 집처럼 느끼고 편안해요.
클러스터에 매일 나오려고 나름 노력하고 있어요. 격일제로 출근하던 피씬 때와 달리 언제나 공부하러 나올 수 있다는 게 행복해요. 그리고 이렇게 행복하다고 느끼는 것 자체도 행복해요. 지금 제가 하고 싶은 걸 하고 있다는 의미니까요.
* 이번 인터뷰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4단계로 격상되기 이전 진행됐습니다.
yechoi
jw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