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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과 프로그래밍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hnoh의 이야기

2021-08-03

Photo of hnoh

그림은 중학교 때 취미로 시작했어요. 엄청나게 어렸을 때부터 낙서하는 걸 좋아했는데, 중학교 때 게임을 접하면서 거기에 나오는 삽화를 보고 따라 그리기 시작했어요. 소묘(연필 등을 사용해 선으로 그린 그림)처럼 있는 그대로 그리는 것을 잘했어요. 순수하게 저의 창작보다는, 여러 작품을 모방해 저의 것을 만드는 경우가 많았던 것 같아요. 어떻게 보면 코딩과 비슷하죠(웃음).

그러다가 고등학교를 들어오니 부모님이 미술 쪽 진로에 대해 전망이 밝지 않다는 이유로 강력하게 반대하셨어요. 저는 애초에 미술로 목표를 잡고 미래에도 미대생이 될 줄 알았는데, 집에서 반대도 있었고 여러 사정 때문에 결국 그림을 접게 되었어요. 그때 그림을 접고 이공계로 가게 된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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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진로로 이공계를 선택한 건 또 다른 취미가 IT 기기를 다루는 것이었기 때문이에요. 제가 중학교 1학년 때 갤럭시 2가 나왔는데, 그때 중고나라를 통해 공기계를 7개씩 모았었어요. 당연히 최신 휴대전화는 못 구했었고, 친구들이 핸드폰 바꾸면 남는 예전 핸드폰을 헐값에 매입했어요. 그렇게 수집하면서 동시에 커스텀 펌웨어를 만들어보기도 했고요. 코드를 바꾸기는 했는데 그때는 코딩보다는 값만 바꾸는 수준이었죠. 그래도 기계를 다루는 일은 저한테 재밌었으니, 그림 대신 기계 쪽으로 가보자고 해서 소프트웨어에 발을 들였죠.

42서울에 들어오게 된 이유는, 대학에 대한 회의감이 커요. 저는 재수해서 대학에 입학했는데 ‘대학을 가는 것이 옳은 길인가? 보여주기식 학벌은 아닌가?’라는 생각이 너무 많이 드는 거예요. 특히 1학년을 다니는 동안은 뭘 배우는 것인지도 모르겠고 혼란스러웠죠. ‘이게 코딩이구나’라는 깨달음을 얻을 때까지는 좋았는데, 뭔가 부족하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42서울과 비교해보자면, 42서울은 실무에서 쓰이는 것들 위주로 내가 스스로 학습할 수 있는데, 대학에서는 책에 있는 내용, 그것도 업데이트가 되지 않는 옛날 책을 다루는 느낌인 거예요. Stack Overflow나 Git도 쓸 줄 아는 방법을 배워야 하는데 그런 것도 안 알려주니까요. 42서울을 하기 전에는 대학이 시대에 뒤떨어진다는 것을 몰랐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너무 이론에 치중해 있던 것 같아요. 그러다가 친누나가 42서울을 알려줘서 신청하게 되었습니다.

고등학교 때 그림을 접었다고 했지만, 사실은 최근에 다시 시작했어요. 그중에 친구의 영향으로 만화에 특히 관심을 두게 되었어요. 저랑 5살 때부터 만난 친구인데, 그 친구가 만화를 그려서 돈을 벌 거든요. 그런데 원래는 그 친구가 그림을 저보다 많이 못 그렸었어요. 말하기 좀 쑥스럽지만, 제가 기초적인 재능은 있는 편이거든요. 그런데 친구가 갑자기 2년 잠적을 하더니 프로 만화가가 된 거예요! 그 후로 다시 만났더니, 저한테 ‘왜 재능을 썩히고 있냐’면서 많이 안타까워했어요. 그걸 듣고 계속 미련이 남아서 펜을 다시 한번 잡았죠. 물론 전업 작가가 되지는 않고, 취미 수준에서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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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극적인 목표는 그림과 프로그래밍을 모두 할 수 있는 멀티플레이어가 되는 거예요. 상황이나 추세에 따라 자유자재로 하는 일을 바꿀 수 있는 사람이요. 부모님도 그림을 예전에는 반대하셨지만, 최근에는 ‘이제라도 그림을 그리고 싶으면 그려도 괜찮다’라는 식으로 말씀하셨거든요. 그림을 한 번 포기했지만 그래도 마음 한쪽에 두고 있었는데 지금이라도 제 꿈을 살릴 기회가 온 것 같으니까, 그림과 프로그래밍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42서울은 현재 방황하는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어요. 어디로 가야 하는지도, 내가 제대로 가고 있는지 모르는 분들에게 방향을 잡아주는 곳이 42서울이거든요. 저는 그림과 프로그래밍 사이에서 방황했지만, 다른 분들은 프로그래밍 내에서 방황을 할 수 있잖아요? 그 방황의 시기에서 나침반의 역할을 해주는 거죠. 가고자 하는 열정은 있지만,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는 분들이라면 42서울에서 정말 많은 것들을 배울 수 있을 거예요.

interviewer

byukim

photographer

yes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