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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붙었으면 좋겠어요

jseol의 이야기

2021-05-04

Photo of jseol

주변에 프로그래밍을 공부하는 친구가 두 명 있어요. 그 친구들이 ‘넌 프로그래밍이 적성'이라고 옆에서 계속 꼬드겼어요. 제가 퍼즐류의 게임을 좋아하는데 '이런 걸 좋아하면 코딩을 잘한다'고 얘길 하더라고요. 이전에는 옆에서 그렇게 얘기를 해도 '절대 안 한다'고 말했었는데, 42서울의 온라인 테스트를 통과하니 ‘이게 기회인가' 싶더라고요.

피신을 한 달 하고도 일주일 더 했어요. 같은 건물에서 확진자가 나와서 피신 중간에 일주일을 쉬었거든요. '힘든 걸 일주일이나 더 했다'고 말하는 분들도 있는데, 제겐 그 일주일이 휴식 시간이 됐어요. 그 시간이 아니었더라면 체력적으로 버티기 힘들었을 것 같아요. 오전 7시 반에 수원에 있는 친구 집에서 출발해서 클러스터에서 공부하다가, 새벽 1시에 있는 막차를 타고 돌아가는 일상을 반복했거든요. 마지막에 이틀 정도는 밤을 아예 새웠어요.

코딩 경험은 없지만, 여기 오기 전에 한 달 정도 C언어 공부를 엄청 열심히 했어요. 그래서 그런지 피신은 그때 배운 걸 활용하는 시간이 된 것 같아요.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로 피신에 참여하면 힘들었을 것 같아요. 42에서 의도한 동료학습을 하면서 따라갈 수 있겠지만,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가장 힘들었던 건 쉘이에요. 100점을 받기 위해 과제 재시도를 엄청나게 많이 했어요. 굳이 만점을 받지 않아도 다음 과제를 진행할 수 있지만, 당시에는 다 100점으로 채워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어요. 그렇게 어렵게 쉘을 공부하다 C언어 과정으로 넘어왔을 땐, '아 C 너무 좋다!' 이런 소리가 절로 나왔어요(하하). 진짜 너무 힘들었거든요.

이번 피신도 격일제로 진행됐어요. 1그룹, 2그룹으로 나눠 서로 다른 요일에 클러스터에 나가는 방식이에요. 클러스터를 나가지 않는 날엔 진도를 나가고, 출석하는 날엔 평가만 받았어요. 초반에는 스터디를 구해서 출석하지 않는 날에도 오프라인에서 공부했어요. 도중에 오프라인 스터디가 와해돼서 집에서 공부하기 시작했는데 사실 그게 더 낫더라고요. 집에서 공부하더라도 디스코드 온라인 스터디를 병행하니까 괜찮았어요.

피신 동안 세 번 정도 평가 세일이 있었어요. 평가 포인트를 사람들이 일정량 기부하면, 그 풀이 소모될 때까지 평가 포인트를 사용하지 않고 무료로 평가를 받을 수 있는 날입니다. 제가 속한 2그룹이 출석하는 날엔 평가 세일이 한 번도 열리지 않았어요. 1그룹이 클러스터에 나오는 날에 평가 세일이 열리고, 열린 당일 평가 포인트 풀이 모두 소진됐어요. 종일 클러스터의 컴퓨터가 먹통이 돼서 사용할 수 없었던 날도 있었고, 저희 그룹은 운이 없네요.

오늘 치른 파이널 시험은 아는 문제까지만 풀고 일찍 나왔어요. 다른 사람들보다 빨리 끝내고 나오긴 했지만, 저보다 잘하는 분들이 워낙 많아서 걱정돼요. 2주 만에 이미 10레벨을 넘긴 분도 있더라고요. 특히 첫번째, 두번째 시험 점수가 낮아서 마음에 걸려요. 본과정 커리큘럼을 잘 몰라서 합격한다면 뭘 하고 싶다고 콕 집어 이야기하긴 어렵지만, 지금으로선 막연하게 VR과 관련된 것을 해보고 싶어요. 꼭 붙었으면 좋겠어요.

interviewer

yechoi

photographer

jw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