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무 교수 학습의 단점을 감안하더라도 그걸 커버할 만한 장점이 있다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삶에서 배우는 대부분은 누가 알려주는 게 아니고 스스로 찾아봐야 알 수 있는 거로 생각해요. 비단 개발뿐 아니라 살면서 필요한 지식은 직접 찾지 않으면 아무도 안 알려줘요. 학교 안에서 배우는 국어, 영어, 수학 보다 자취를 시작할 때 집을 어떻게 구하고, 월세를 어떻게 납부하는지 등 삶에 더 직접적이고 강하게 작용하는 지식은 더욱 그래요. 궁금한 걸 직접 찾고 해결해 나가야 한다는 말이죠.
개발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물론 학교에서 수업 듣고 시험을 치며 배우는 것도 유효하죠. 그런데 보통 시험 치고 나면 아무것도 기억이 안 남거든요. 스스로 찾아보고 치열하게 고민하며 배운 게 훨씬 더 기억에 오래 남아요. 장기적으론 이 과정이 실질적 도움이 될 거로 생각해요.
Q. 보통 많이 관심을 가지지 않는 저수준 공부를 계속 시키는 것에 이점이 있다고 느끼시나요?
CS는 영어로 치면 단어인 것 같아요. 현업에서도 CS를 아는 만큼 훨씬 더 풍부하고 정교하게 사용할 수 있는 범위가 넓어진다고 생각하거든요. 그것 때문에 저는 당연히 CS 공부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솔직히 C랑 CPP가 편리한 언어는 아니잖아요. C랑 CPP를 깊이 있게 다뤄봤기 때문에 다른 소프트웨어의 내부적인 구조가 어느 정도 보이기 시작해요. 이게 엄청나게 큰 차이인 것 같아요. 새로운 언어를 배울 때에도 기본 베이스가 튼튼하니까 바닥부터 다시 공부할 필요 없죠.
42에 처음 지원했을 때 주변에서 그런 얘기를 들었어요. 나이가 몇인데, 당장 가서 밥 지어야 하는데 왜 농사짓고 있냐는 말을 들었거든요. 그거 오해인 것 같아요. 선배 개발자들에게 42 교육을 소개하면 C언어를 오랜 기간 동안 배우는 것에 대해 납득을 못하더라고요. 하지만 이곳에서 C를 이용해 CS 지식을 익히는 과정을 설명하면, 42 출신 개발자들은 새로운 개념도 빠르게 습득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기본기가 얼마나 중요한지 선배 개발자들은 이미 알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Q. 본인이 생각하는 42 서울의 장점 / 단점
장점 많죠. 지원금이 있어 공부에만 집중할 수 있는 건 확실히 큰 장점입니다. 또 매뉴얼을 읽고 시스템을 다룰 줄 아는 기술이 생긴다는 거예요. 핵심을 알게 된다는 게 장점인 것 같아요. 그리고 일정 관리가 자유롭다는 거. 만약에 정해진 시간에 수업을 들어야 했다면 이렇게 다양한 사람이 모이지 못했을 거예요.
다만 자유도가 높은 건 장점이자 단점이지 않나 생각해요. 자유도가 높기 때문에 열심히 하는 만큼 많이 얻어갈 수 있는데, 반대로 열심히 안 하면 시간 낭비하기 딱 좋죠. 또 이건 선배 개발자분들에게 들었는데요. 좋은 커리큘럼인 건 맞지만, 대규모의 프로젝트를 관리하고 어떻게 협업할지 배우기에는 조금 부족하다고 평가하시더라고요. 그런 부분은 사실 어디를 가도 배우기가 어려운 것 같아요.
Q. 어찌 보면 취업이라는 현실적인 미래와 동떨어진 교육이라고 느낄 수 있는데 이에 대한 생각 및 계획은 무엇인가요?
우선 저는 창업을 준비하고 있지만, 이너서클은 통과하려고 해요. 과정을 마치면 개발자로서의 기본기는 잘 갖추게 될 거고, 이후 제가 희망하는 분야에 관한 공부를 더 할 생각이에요. 기본기가 튼튼하다면 지금 당장 하는 분야가 맞지 않는다 하더라도 새로운 분야를 찾을 때 망설임 없이 할 수 있을 테니까요. 42는 궁극적으로 이런 마인드 셋을 가질 수 있게 해준다는 점에서 그저 당장 취업만을 목표로 하는 개발자가 아니라, 진정한 개발자가 되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이 둘은 큰 차이가 있다고 믿어요.
42 교육 철학과 제 삶의 가치관이 잘 맞기에 이곳에서의 시간이 쓸모없다고 느끼지 않아요. 하루에 8시간 일한다고 치면 삶의 3분의 1을 일터에서 보내는데 내가 하는 일이 즐겁지 않으면 불행한 거잖아요. 42는 제게 '너 이렇게 힘들게 공부하는 삶을 평생 살아도 행복하겠니?'라고, 끊임없이 물어보는 것 같아요. 42 과제들의 난관을 겪으면서 개발자로서의 삶이 어떨지 가늠해 볼 수 있을 거로 생각합니다.
Q. 42에 온 이유와 아직 이곳에 남아있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진짜 개발자가 되고 싶어서 42에 왔어요. 공부는 해야 하는데 돈이 없는 거죠. 나이도 있고, 자취는 하고 있으니까 고정적인 생활비는 필요했어요.
SSAFY, 네이버 부트캠프 등 다른 교육 과정들도 알아봤지만, 나이, 학력 등 제약 사항들에 발목이 잡혔고 그 당시 처음 시작하는 제게 적합하지 않았어요. 국비 지원은 한번 가본 적이 있는데 너무 별로였고 이럴 바엔 그냥 혼자 공부하고 말자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42 커리큘럼은 뭔가 달라 보였어요. 핵심적인 CS를 다루며 개발자로서 기본기를 다질 수 있을 거로 생각해 망설임 없이 지원했습니다.
원래 요리를 했었는데 어렸을 적 꿈인 개발자가 되고 싶어 42 서울에 왔습니다. 42 서울을 계속 하는 이유는 아직도 제가 배울 게 너무 많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인 것 같아요. 공통 교육 과정에서 요구하는 지식은 모두 습득해야 42서울 나왔다고 떳떳하게 말할 수 있을 것 같아 지금도 이곳에 있습니다.
seojilee
hdoo
jiwah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