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 경력이 17~18년 정도 됐어요. 보통은 최근 3년간의 기술 스택을 자신의 전문 분야로 치니까 지금 제 전문 분야는 증강현실이네요. 유니티로 증강현실을 개발하고 있어요. 증강현실 경력은 한 5년 정도 됐고, 그전에는 또 다른 도메인의 다른 기술을 했어요.
어느 날 문득 멘토링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도 알게 모르게요. 개발 경력을 시작하고 한 5~6년쯤 지나니까 어느덧 저도 개발만 하는 게 아니라, 누군가를 알려줘야 하는 위치에 오게 되더라고요. 그런데 제겐 그런 일이 재미있었어요.
처음부터 멘토링을 했던 건 아니에요. 누군가를 가르쳐주는 일을 하고 싶어서 온라인 강의 비슷한걸 했어요. 그런데 강의는 듣는 사람만 듣고 수강 이후에 이뤄지는 게 없더라고요. 그러다가 3년 전쯤 개발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멘토링을 해줄 수 있다고 홍보를 하면서 멘토링을 하기 시작했죠.
멘토링 할 때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건 지속해서 도움을 주는 거예요. 반대로 유명하신 분들이 등장해서 30분 좋은 얘기한 다음에 '이제 너희가 알아서 해', 이런 식으로는 하고 싶지 않아요. ‘무언가를 해보려고 하는 사람'에게 도움을 주고 싶어요. 특히 본인 스스로 하기에는 되게 버거울 수 있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싶은 사람에게요.
코드를 짜주거나 일을 같이하지 않으면서도, 멘티가 ‘뭔가 했다는 느낌’이 들게 만들어 주는 방향으로 도울 수 있어요. 멘토링 신청할 때 어떤 분야든 상관없어요. 멘티는 ‘만들려고 생각했던 걸 꼭 만들어야 하겠다는 마음’과 ‘중간에 안 그만두고 계속할 마음’만 있으면 돼요. 무언가를 해낼 때는 기술적인 것보다는 계속하려고 하는 마음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회사를 선택할 때는 네카라쿠배 같은 큰 회사보다는 ‘작은 회사', ‘재밌는 걸 할 수 있는 회사'를 추천해요. 그곳에서 중요한 일을 맡는 거죠. 개발팀이 이제 막 2~3명 꾸려진, 무언가를 빨리 만들어야 하는 상황에서 메인으로 개발하는 거예요. 그러면 힘들어도 그 과정에서 많이 배우거든요. 다 만들어져 있는 회사에서는 정작 내가 만들 기회가 없어요. 물론 누군가가 다 만들어 놓은 상황에서도 배울 수 있겠지만, 직접 구현하는 과정에서 더 많은 걸 배운다는 거죠.
근무하는 회사에서는 개발자를 채용할 때 면접 이전에 사전 테스트 문제를 드려요. 충분한 시간 동안 문제를 풀게 하고 작성한 코드에 대한 설명을 들어보는 거죠. 그 속에 도사리고 있는 수많은 함정을 잘 해결했는지 확인해요. 면접 보는 분들은 자신이 코드를 잘 짰는지 검사하는 자리라고 생각하지만, 제겐 코드를 잘 짰는지는 중요하지 않아요. 대부분의 사람은 코드를 비슷하게 짜기도 하고, 특출나게 짰다고 하더라도 커뮤니케이션이 부족하면 ‘같이 일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거든요.
그것보다는 ‘잘하려는 마음'을 보려고 하죠. 말하는 걸 보면 캐치할 수 있어요. 이 문제에 얼마나 흥미를 느꼈고, 코드를 얘기하면서 얼마나 재밌어하는지 그런 것들이요. 이런 면에서 이 과정을 통해 채용한 인턴이 기억에 남는데요. 그 분은 제출했던 포트폴리오도 그렇게 좋아 보이지 않았고 테스트 문제도 다 못 풀었어요. 좋은 코드는 아니었지만 열심히 설명했고, 풀지 못한 문제는 꼭 풀어서 이메일로 보내겠다고 하더라고요. ‘재미있는 친구네’라는 생각과 함께 보통 1시간이면 끝나는 면접을 2시간 넘게 진행했습니다. 그리고 며칠 뒤 약속한 날짜에 정말 마지막 문제를 풀어서 이메일로 보냈더군요. 코딩 실력은 부족하지만 일을 잘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해서 채용을 결정하게 됐어요.
면접 볼 때 한가지 팁을 드린다면, 면접자의 입장에서도 거꾸로 ‘나도 내가 일할 회사를 면접 본다'라고 생각하면 좋아요. 여러 가지 핵심적인 질문을 면접장에서 많이 해봐야 해요. 개발팀은 어떻게 구성됐는지, 코드리뷰는 하는지, 사용하고 있는 기술은 어떤 것인지요. 거기서 원하는 대답이 나왔는지 확인해보고, 함께 일할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인지 판단해보는 거죠.
개발이 재미가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거든요. 근데 정말 놀라운 사실은 실무에서 일하시는 분들도 그렇다는 거예요. 개발이 재미없는데 그냥 일을 하시는 분도 있고, 개발은 너무 재미있는데 일을 잘 안 하시려고 하는 분들도 있고 되게 각양각색이라는 거죠. 여러분이 개발을 하면서 갖는 목표가 꼭 취업이 아니었으면 좋겠어요. 저는 여러분이 지금보다 개발하는 것에 더 재미를 느끼고, 그다음에 뭔가를 만드는 것에서 성취감을 느끼는 것도 조금 더 많이 경험해봤으면 좋겠다거죠. 취업은 그다음에 고민해봐도 되지 않을까 합니다.
seungy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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