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교육 시스템을 만드는 건 매우 중요하고 의미 있는 일이잖아요. 개발자들은 모두 같은 고민을 해요. '소프트웨어를 체계적으로 배웠으면 더 빨리 성장했을 텐데'라고 생각하죠. 배움에 대해 아쉬움이 있는 건데, 42서울에서는 만렙 끝판왕인 멘토님들과 함께 시스템을 설계하면서 그 고민을 해결할 기회가 생기는 거예요. 훌륭한 시스템을 만들어서 지도자의 희생 없이 큰 규모의 교육을 가능케 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그 시스템화를 이노베이션 아카데미에서 하는 거죠.
본과정에 대한 필요성을 잘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면, 지금 배우는 게 무엇을 목표로 하는지 안 가르쳐준 탓이라고 생각해요. C언어를 배운다고 ‘네카라쿠배’에서 원하는 표면적인 역량이 키워지지 않잖아요. 그런데 막상 면접을 가보면 내가 무엇을 놓치고 있었는지 알게 돼요. 언어 이면의 것들이죠. 그런 것들을 배우기 위해 본과정이 만들어져있어요.
혼자 프로젝트를 하거나 온라인 강의 또는 잘 정리된 자료를 보면서 공부해도 시간을 들이면 나아갈 수 있어요. 근데 그건 빨리 가는 방법이 전혀 아니죠. 그리고 동료 학습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것들에 비하면 많은 것을 놓칠 가능성이 높아요. 옛날에 제가 배울 때는 혼자 학습하는 게 용서가 됐어요. 책에 있는 거 진도 나가면 됐었고 언어도 많지 않았고요. 하지만 지금은 전혀 그렇지 않거든요. 배워야 할 게 정말 많아요. 그래서 함께 배우는 게 훨씬 효율적인 거죠.
개발 경험이 충분히 쌓이고 나면, 결국 문제에 대한 해결방법이 어느 정도 정해져 있다는 걸 알게 돼요. 그런데 그전까지는 정해진 답에 얽매이지 않고 다양한 관점으로 바라보는 게 중요해요. 해결법을 가르쳐주지 않고 과제를 하라고 하면 서로 전혀 다른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해요. 그걸 서로 이야기를 하면 다른 사람의 관점으로 배워볼 수 있죠. 이걸 손쉽게 할 수 있는 것이 동료학습의 큰 장점이에요.
카뎃들의 동료평가를 보면서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어요. 우리는 평가가 감정적인 행위가 아니라는 믿음을 가져야 해요. 그래서 치팅이 의심될 때도 엄격하게 평가하고, 그 과정에서 감정을 쌓지 않는 것이 중요해요. 이런 태도가 협업할 때 꼭 필요하거든요. 회사에서 코드 리뷰를 할 때도 내 코드가 난도질을 당할 수도 있지만, UFC 경기가 끝나면 다시 화해하는 것처럼 쿨하게 받아들여야 하는데 아직은 그런 훈련이 좀 덜 돼 있는 것 같아요. 실패를 감정적으로 받아들이면 실력으로 쌓이지 않아요. 그러니까 평가를 감정적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훈련이 필요한 거죠.
(2020년 1월 피신 중, 코로나19 마스크 착용 방역지침 이전의 사진입니다)
많은 학생이 동아리에 대해 다른 방식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걸 많이 느껴요. 동아리에 목적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죠. 그런데 커뮤니티라는 건 여러 사람의 좋은 면을 보고 배우는 곳이에요. 20명 규모의 동아리가 있다면 미션을 열심히 수행하는 사람은 네 명만 있으면 돼요. 나머지 16명은 놀아야 그 동아리가 유지돼요. 우리 운영팀장님은 별로 안 좋아할 얘기겠지만(웃음). 그러니까 커뮤니티는 사람이 모이는 게 먼저고 그다음이 ‘미션(mission)’인 거죠.
내가 관심 있는 대상 그 주변부를 팔 때 호기심이 숙제가 아닌 재미가 돼요. 첫날 모여서 스터디 스케줄을 쫙 짠다고 하면 그건 커뮤니티라고 하기 어려워요. 관심 있는 대상을 ‘어떻게 달성할지, 어떻게 공부할지' 에 대한 일정이 꽉 짜여 있으면 피곤해서 인생을 살 수가 없어요. 완전히 새로운 걸 공부할 땐 여유를 가져야 해요. 조급하게 생각할 필요도 없어요. 지금 있는 시간을 많이 써서 공부하는 게 진짜 좋은 거예요.
대학에서 창업지원단장을 했을 때의 경험으로 미뤄보면, 창업 잘하는 사람은 ‘실행력'이 정말 좋아요. 사람들이 아파하는 영역이라면 고민하지 않고 해결해주겠다고 주장하죠. 아직 해결 방법이 다 완성되지 않은 상태에서요. 그렇게 ‘해결해주겠다'고 소문내고 다니다가 누군가가 정말 해결해달라고 나타나면, 그 사람과 그 문제를 이야기하면서 답을 찾아요. 이런 게 창업하는 사람들의 기본적인 에티튜드죠.
창업하는 사람이 배워야 할 것은 ‘남이 돈을 지불하는 메커니즘'입니다. 창업 생각이 있는 학생들에게 ‘비 오는 날에 우산을 팔아봐라’라고 얘기해요. 알리 익스프레스에서 2불짜리 우산을 한 박스 사서 지하철역 앞에서 팔아요. 그럼 어떤 사람은 사고, 어떤 사람은 사지 않죠. 고객의 패턴을 이해하지 못하면 장사라는 건 할 수 없는 거예요. 이런 감각을 몸으로 배워야 해요.
미국에서 괜찮은 창업 케이스가 많은 이유는 개발자들이 창업에 많이 참여하기 때문이에요. 개발자들이 소프트웨어 분야 회사가 필요한 솔루션을 만드는 경우도 많아요. 소프트웨어 회사들이 쓸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거죠. 회사 입장에선 이런 서비스에 당연히 비용을 지불합니다. 회사에서 필요한 서비스를 내부 인력으로 만든다고 했을 때 그 인건비가 1억이라고 합시다. 그런데 어떤 회사가 이런 솔루션을 2000만 원으로 제공하고 있어요. 그러면 개발자 안 뽑고 사서 쓰는 거죠. 기업이 슬랙 사용료로 1인당 7~8불씩 내잖아요. 2,000명이 사용한다고 하면 우리나라 돈으로 한 달 1,500만 원이 슬랙 비용으로 나가는 거예요. 그런데도 그 비용이 안 아까워요. 왜냐면 직접 만들어 쓰고 유지하려면 비용이 훨씬 많이 들었을 테니까.
우리나라도 점점 이렇게 소프트웨어의 가치를 돈으로 환산하는 게 가능해지고 있어요. 많은 IT 기업들이 그런 유료 솔루션을 구매합니다. 소프트웨어 시장이 워낙 크기 때문에 이렇게 개발자들을 위한 서비스를 만들어서 파는 창업이 유망해요. 이런 창업은 대단히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필요하지도 않아요. 회사에서 필요한 서비스가 있다고 하면 만들면 되는 거죠. 창업은 멀고 새로운 일이 아니라 ‘우리 주변에 있다’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아직 창업에 대한 현실적인 지원 계획은 없지만, 네트워크를 활용해 적극적으로 도와드릴 겁니다. 곧 있으면 자신의 프로젝트를 의미 있게 하는 카뎃들이 늘어날 거예요. 여러 기회를 경험하며 창업 아이템을 다룬다면, VC와 연결하고 데모데이도 진행하는 등 ‘진짜' 창업 아이템이 될 수 있도록 멘토님들과 함께 도와드릴 겁니다. 혹시 아이디어가 없으면 저한테 찾아오세요. 아이디어 드릴게요.
byukim, yechoi, jwon
jw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