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응용컴퓨터공학과 4학년이고 백엔드 개발자를 목표로 하고 있어요. 근데 개인적으로 흥미가 있는 VR도 한번 공부해보고 싶어요. 고글 하나 쓰면 가상세계로 갈 수 있다는 게 너무나도 신기하고 멋지지 않나요?
군대 가기 전에는 성격이 정말 소심했어요. 외동이고 소수의 친구와 함께 학창 시절을 보냈죠. 그리고 현재도 많이 말랐지만, 예전에는 더욱 마른 체형이었어요. 선뜻 나서거나 얼굴 아는 사람들에게 먼저 인사하지 못하는 성격이었죠. 그래서 혼자만의 세계에 갇혀 있는 느낌이 있었어요. 어렸죠(웃음). 하지만 군대를 다녀와서는 정신적으로 성숙해졌다고 생각해요. 군대에서는 내가 해야 할 일을 못 하면 꾸중을 듣는 게 당연했어요. 철이 없는 행동을 해서 많이 혼났죠. 어리광을 부릴 수 있는 처지도 아니잖아요? 그러면서 머리가 큰 거 같아요. 생각해보니 정말 훌륭한 병사는 아니었습니다(웃음).
저는 MBTI가 INTP에요. INTP는 논리적인 사색가 유형으로 제일 잘 맞는 직업 1순위가 프로그래머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코딩이 저랑 잘 맞는다고 생각했어요. 저는 맞고 틀린 것을 파악하는 걸 평소에 중요하게 생각해요. 그래서인지 다른 사람이랑 얘기할 때 감정적으로 공감을 못 하고 해결책만 찾으려고 했어요. 연애할 때 많이 힘들었죠(웃음). 공감을 잘 해줘야 하는데 문제 해결을 하려 하니 다툼이 많았었어요. 인간관계에서는 어느 정도 양보와 존중이 필요하다고 생각이 들었죠. 연애하기 전까지는 제가 이런 줄도 몰랐다니까요. 동성 친구들끼리는 아무렇지 않았죠. 또, 연락 문제로도 많이 싸웠어요. 저는 할 말이 없으면 굳이 먼저 얘기를 꺼내지 않거든요. 그때마다 여자친구는 화가 나 있었죠(웃음). 우리는 사귀는 사이인데 왜 먼저 연락을 하지 않느냐고 물어서 많이 당황스러웠었죠. 하지만 컴퓨터와는 아주 잘 맞는 거 같아요. 컴퓨터가 오류를 출력하는 건 잘못 실행한 제 탓이 분명하잖아요? 오류의 원인에 대한 해결책은 명확하고요. 근데 연애할 때는 잘못을 찾아가는 과정조차 힘들더라고요. 그리고 똑같은 행동을 해도 다른 반응이 나왔어요(웃음). 컴퓨터와 잘 맞는 건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전역 후 학교생활을 제대로 해보고 싶었어요. ‘내가 왔다. 세상아’라는 생각을 하고 제대했죠. 하필 코로나가 발생해 정작 할 수 있는 게 공부밖에 없었어요. 학점이 4점 이상으로 나왔죠. 그런데 버렸다고 생각한 과목조차 A+을 받고 나니 ‘학교에 시간을 투자할 가치가 있나?’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어요. 학교에서 가르치는 컴퓨터에 관한 지식과 기업들이 요구하는 역량에 대한 차이가 심해지지 않았나 생각해요. 지식으로만 배우는 느낌이 강했고 실용적인 느낌이 나질 않았죠. 또, 직접 서비스를 만들어보거나 팀 단위로 프로젝트를 진행한 경험도 적었어요. 그래서 굳이 학점을 잘 받을 필요 없이, 혼자 실력을 쌓거나 사이드 프로젝트를 진행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학교생활을 더 한다고 하여 얻을 게 없다고 판단했죠. 오히려 좋은 커뮤니티에서 영향을 받거나 좋은 사람들을 만나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42는 그런 분위기가 되게 잘 만들어져 있어서, 앞으로 많이 활동하고 싶어요.
피신 때는 힘들었는데 너무 재밌었어요. 싫어하시는 분들도 계셨겠지만,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피시너들끼리 알아서 헤쳐나가는 게 매우 좋았어요. 저는 혼자 공부하는 것보다 사람들과 얘기하며 서로 프로젝트를 설명해주고 지식을 나누는 것을 좋아하는 스타일이라는 걸 그때 처음 알게 됐어요. 42의 교육 방식은 흥미 위주로 자발적인 공부를 할 수 있게 한다고 생각해요. 굳이 알려주지 않으면 존재도 모르는 로우레벨 함수들을 사용하게 하여 깊숙이 공부할 기회를 준다고 생각했죠. 그런 면에서는 대개 쓸데없다고 생각 들 수도 있지만, 나중에 뒤돌아 다시 확인하고 공부해야 할 수도 있으니까요. 혼자였으면 안 했을 거 같아요. 답만 맞히면 되니까요(웃음). 발표날에 메일을 확인하자마자 좋아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어요. 신나서 같이 공부하던 사람들에게도 합격했느냐고 물었지만 안타깝게도 전멸이었죠. 함께한 동료가 떨어질 거란 건 어느 정도 예상했었어요. 42의 교육방식을 마음에 안 들어 하기도 했었으니까요. 저에게 42의 교육 방식이 잘 맞았던 건 큰 의미였죠.
지난 오리엔테이션 때 2년 후의 나에게 보내는 영상 편지에서도 똑같은 말을 했어요. ‘네카라쿠배를 잘 갔니?(웃음)’ 일단 첫 경력으로 대기업을 갈 수 있다면 좋을 거 같아요. 무작정 뜻이 맞는 사람들끼리 창업을 도전해본다는 건 약간 판타지적인 요소가 있다고 봐요. 경력을 어느 정도 쌓고 중간에 창업을 시도하면 편하게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또, 확실히 대기업이 대우가 좋은 것도 있겠지만, 능력 있는 사람들이 모이는 커뮤니티라고 생각할 수도 있잖아요? 관심 있는 사람들끼리 스터디나 사이드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도 있으니까요. 그런 것들이 대기업의 좋은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일단 이너서클을 빠르게 돌파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어요. 지금 참여하고 있는 공모전과 졸업 프로젝트들이 있긴 하지만, 학교는 최소한의 기준만 맞추고 졸업하고자 해요. 그 외에는 42에서 최대한 많은 경험을 하고자 해요. 마음 맞는 사람들끼리 사이드 프로젝트나 어떤 것들을 만들어 보고 싶어요. 그래서 최근에는 출입 시스템을 만든 카뎃분께서 추가로 개발자를 모집하신다 해서 DM을 드렸어요. DM을 주신 모든 분에게 과제를 주셨는데 해결해야지 개발자로 뽑으시겠다 하시더라고요. 한번 하는 데까지 해보자 하고 있어요. 꼭 뽑혔으면 좋겠어요. 물론 이전에 관련 개발 경험이 있는 분들이 유리하겠지만요(웃음).
그저 피신으로 선발된 건데 진짜 학교 다니는 기분이 나요. 동아리도 있고 자유로워서 좋아요. 특히 개포 클러스터의 건물이나 부지 자체가 저희를 위한 것이란 게 좋죠. 아이맥만 해도 너무 과분해서 여기 들어온 게 정말 행운이에요. 혹시 만들고 싶은 서비스나 무엇인가를 해보고 싶은 큰 뜻이 있으신 분들은 저에게 연락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제가 하고 싶은 게 정말 많아요. 열심히 하겠습니다.
hmoon
jaewpark, hm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