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서울은 우연히 알게 되었어요. 저보다 먼저 카뎃으로 들어온 chlee 형이랑 아는 사이였고, 그 형이 제게 42서울을 추천해줘서 온라인 테스트를 보게 되었어요. 그 당시에 그다지 관심은 없어서 응시한 후에는 한동안 잊고 있었죠. 그러다가 제가 다니던 대안학교를 졸업할 시기가 되자 다음에 무엇을 할까 고민했고, 대학을 가는 다른 사람들과는 다르게 저는 42서울을 지원할 생각을 했어요. 대학은 시기를 놓치면 내년에 다시 도전해도 되지만, 42서울은 지원할 기회가 언제 다시 올지 모르니까요! 인생은 한 번뿐이니까 YOLO 정신으로 지원했죠.
피신할 때 가장 고민됐던 건, 본 과정 합격 여부보다 컴퓨터에 대한 적성과 흥미를 확인하는 것이었어요. '내가 이것을 진짜 하고 싶은가?' 를 확인하고 싶었고, 하다 보니까 충분히 재밌다고 느꼈어요. 피신 때 제 로그 시간을 보면 TOP 10 안에 들 것 같아요. 그 정도로 열심히 하고 시간을 많이 쏟아부었어도 체력적인 부담을 별로 못 느꼈고, 컴퓨터에 대한 흥미와 재미가 훨씬 더 컸던 것 같아요.
피신 때 코딩에 열중할 수 있었던 건, 대안학교에서 비슷한 경험을 했던 게 영향을 줬어요. 제가 다니던 대안학교에서는 다른 학교들과는 달리 프로젝트 기반 학습(Project Based Learning)을 진행했어요. 특정 주제를 던져주면 학생들이 직접 프로젝트를 설계하고 한 학기 동안 추진을 하면서 학습하는 방식이죠. 그래서 통상적인 시험이 없는 대신, 프로젝트 평가를 받게 돼요. 프로젝트의 설계와 진행 모두 학생이 직접 해야 합니다. 42서울에서도 강의가 없는 대신 주어진 과제들을 해결해 나가면서 배우는 방식이잖아요?
대안학교를 졸업한 직후 바로 대학을 선택하는 학생들은 드물어요. 대학에서 요구하는 자료(생활기록부 등)를 못 만들어주고, 비슷한 것을 만들어줄 수는 있지만 공적 자료로 활용되지는 않거든요. 그래서 대학을 가고 싶다고 생각하는 학생들은 수능 준비를 하게 되죠. 저는 42서울에서 공부를 좀 더 한 후에, 가고 싶은 학과가 정해지면 편입을 할 예정이에요. 아니면 독학학위제를 통해서 학사학위를 취득할 수도 있고요! 그래서 취업을 하겠다는 결심보다는, '내가 컴퓨터를 좋아하는가?'에 대해 알아가고 싶다는 열망이 더 큽니다.
프로그래밍은 제가 처음 접하는 전문지식이에요.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에서는 얕은 지식 위주로 배우고 한 분야에 깊게 들어갈 기회가 별로 없었는데, 42서울에서는 단순히 코딩이 아니라 컴퓨터의 구조나 자료구조 등 굉장히 깊은 부분까지 들어갈 수 있어서 훨씬 매력을 느꼈어요. 그래도 아직 컴퓨터 쪽으로 진로를 잡을지는 확신이 들지 않아요. 물론 평생의 직업으로 삼아도 되겠다는 생각은 들지만, 더 재미있는 다른 학문이 있을 수도 있으니까요.
본 과정 과제 중 가장 힘들었던 건 대부분 그렇듯이 cub3d에요. 그래픽에 대한 지식도 없었고, 수학이 필요하다는데 어느 부분에 필요한지도 몰랐었어요. 그리고 보통 과제들은 컴공 과목들을 하나씩 탐구해보는 느낌이잖아요? 그래픽에 대해서는 전혀 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드는 과제였어요. 반대로 지금 하는 webserv 과제는 정말 맘에 들어요. 웹사이트의 요청과 응답을 처리하는 과제인데, 서로 다른 컴퓨터가 어떻게 통신하는지 작동원리를 다루면서 상호작용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 재밌었어요. 그래서 일단은 백엔드 쪽에 관심이 생겼지만, 나의 전문 분야로 선택하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생각해요.
아직 구현해보고 싶은 아이디어는 없지만, 프로젝트에 팀원으로 같이 데려가주실 분들이 있으면 좋겠어요. 여기서 한 번 어필해보자면, 저는 바쁜 일이 크게 없어서 클러스터에 상주할 수 있기 때문에 많은 시간을 쏟을 수 있고요. 미숙하지만 많이 발전할 수 있는 사람입니다. 분야나 주제 상관없이 아무나 데려가셔도 되니까, 얼마든지 연락해 주세요!
42서울의 둘뿐인 미성년자로서 말씀드리자면, 저와 비슷한 또래는 오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42서울에 온 걸 후회하지 않고 특별하고 재밌는 경험을 했지만, 42서울에 오기 위해 못해본 것도 있단 말이에요? 물론 그 이상으로 충분히 많은 것을 얻어갈 수 있는 곳이지만 고등학교를 포기하면서까지 급하게 오려고 하지는 않았으면 좋겠어요. 고등학교는 한 번 나오면 다시 돌아갈 수 없기 때문에 (실제로 검정고시로 졸업한 제가 그렇고요) 충분한 경험이 있는 상태에서 42서울에 오면 더 많은 것을 얻어갈 수 있을 거예요.
생각을 공유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추천하고 싶어요. 동료평가는 물론이고, 팀 프로젝트를 할 때 서로의 의견을 나누는 상황이 많아져요. 그래서 내 생각을 주변의 동료에게 말하고, 반대로 동료의 생각을 들어줄 수 있는 사람이 오면 본인한테도, 그리고 42서울에도 도움이 될테니까요!
byukim
jwon